이제는 '백(百)색가전'의 시대
여러 외적인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옷을 입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옷은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본인에게 '최적화된' 옷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쇼핑을 하고 다양한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이제는 본인이 직접 입는 옷 뿐만이 아니라 가전제품에도 본인의 아이덴티티에 걸맞은 최적의 옷을 입힐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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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BESPOKE라는 단어는 '맞춤 제작식 양복'을 일컫는다. 그러나 한국에서 BESPOKE라는 단어는 이제 삼성의 가전제품 라인업을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삼성은 지난 2019년 6월에 출시한 BESPOKE 냉장고를 필두로 정수기, 식기세척기, 인덕션, 세탁기 등 BESPOKE 라인업을 구축했다. (삼성 BESPOKE 가전 목록 https://www.samsung.com/sec/bespoke/home/ ) 심지어는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Z플립3에 대해서도 BESPOKE라인업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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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POKE 라인업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의 색깔을 내맘대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BESPOKE 라인업 중에 가장 처음 출시된 냉장고의 경우, 삼성은 '고객 맞춤형 주문 제작 냉장고'를 표방하며 고객이 냉장고 종류(1도어 모델, 2도어 모델, 3도어 모델 등 총 9가지), 3가지의 냉장고 문 재질, 9가지의 냉장고 문 색깔을 본인의 취향대로 조합할 수 있게 해주었다. 기존에는 냉장고 구매시 동일 모델에 대해 2~3개의 색상 가운데서 골라야만 했던 것에 반해 BESPOKE 냉장고는 총 22,000여개의 조합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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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POKE 냉장고의 출시가 파격적이었던 이유는 기술과 성능이 주요 셀링 포인트로 간주돼 온 한국 가전제품 시장에서까지 제품 디자인이 본격적인 셀링 포인트로 대두됐다는 점 때문이다. 기존의 냉장고 시장은 용량, 전기 효율, 냉각 기술 등 '저장'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방점을 두고 '기술적 스펙'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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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 이상 "더 많은 저장공간"에 대한 니즈가 커지지 않았고 소비자가 냉장고 간 유의미한 기술적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지점에 도달했다. 이에 삼성은 고객의 User Experience (UX)에 초점을 두고 맞춤식 냉장고인 BESPOKE 냉장고를 선보였다.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낼 수 있는 '나만의 디자인'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개인화가 가능한 냉장고를 내놓게 된 것이다. 색상뿐만이 아니라 외관 측면에서도 변화가 이루어졌다. 고객들이 구축한 주방 이미지에 냉장고 또한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툭 튀어나온 곡선형 외관이 아니라 납작한 외관을 통해 '키친핏(kitchen fit)' 모델을 구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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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BESPOKE는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삼성의 전체 냉장고 판매 비율 중 BESPOKE 냉장고의 판매 비율이 19년도 6월 20%에서 동년 11월에는 56%까지 확대됐다. 또한,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20년도 상반기 냉장고 매출에서 BESPOKE의 비중이 65% 이상을 차지하는 등 이제는 엄연히 주력 라인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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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그 어떤 때보다도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는 본인이 입는 옷이나 본인의 소비패턴과 같이 남에게 드러나는 영역에서뿐만이 아니라 본인이 주거하는 공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성능의 우월함이 최우선 셀링 포인트로 나타나던 가전제품 영역에서까지 제품 디자인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BESPOKE 라인업의 인기는 더 이상 '백(白)색가전'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제는 '백(百)색가전'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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