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할까 말까...
정말 머리가 깨지게 고민했다.
관두고 싶다고 얘기한 그 주 주말, 잡고 싶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팀장의 말에 '골똘이 퇴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기' 업무를 부여 받은 충실한 노예처럼 그대로 이행했다. 닥치는 대로 책도 보고 HR 전문 유튜버 얘기도 들어보고 법륜스님 즉문즉설도 보고 남편에게 하소연도 하고 또 전화 상담도 받았다. 불안감에 휩싸여 좌불안석으로 정답을 찾아 헤맸다. 입사한지 단 5개월밖에 되지 않은 이 직장에서 마음이 힘들어서 관두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또 이미 입밖으로 내뱉은 이상 이미 회사에서 찍혔을터인데 다시 주워담는다고 한들 내가 이 조직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상념들에 너무 불안했고 우울했다. 내 상황을 아는 것처럼 HR 전문가라는 유튜버는 뼈 때리는 조언을 한다.
절대! 퇴사는 마음이 시켜서 하는게 아닙니다. 머리로 하는 겁니다. 마음이 시키면 그냥 거절하세요.
“너 회사 어디로 옮긴 거냐고 물어봐. 너 어디 헤드로 간거 아니냐며~ ㅎㅎㅎ”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던 예전 직장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뭔가 다 망한 느낌. 이 나이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며 옮긴 건지... '일이 많아봤자 지금까지 한 회사에 오래 일한 짬바로 하면 못 해내겠어?' 라고 건방을 떨었던 내가 부끄러웠고, 결국 못 해내고 포기하려 하는 40대의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였다.
월요일날 출근해서 팀장과 내 퇴직 의사 관련해서 다시 얘기하기로 했기에 결론을 내야만 했다. 내가 루저라서, 일이 많고 책임이 많아서 놓아버리고 싶다고 얘기했던 그 프레임을 바꾸기로 했다.
1. 첫 입사할때 회사에서 얘기하고 내가 기대했던 나의 역할과 책임이 많이 달랐다.
2. 나는 최선을 다해서 주말도 없이 일했지만, 많아도 너무 많은 일이 문제인 것 같다.
3. 내가 하고 있는 여러 가지 과중한 업무들 중 이 업무에 대해서는 행정업무를 하는 A군에게 맡겨주시거나, 계약직이라도 뽑아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회사에 적극적으로 내 상황을 알리고, 회사가 직원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여서 내가 주도하는퇴사 면담을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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