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성 Jul 10. 2023

문득문득 꾸역꾸역

살고 쓰기

살다 보니 그렇더라구요

왜인지는 이제껏 몰랐는데

문득문득 꾸역꾸역 이었더라구요

그렇더라구요 살다 보니 이제는

밤잠 설쳐도 아침에는 사과 한 개

씹어 먹을 정도만 되면 어찌저찌 괜찮고

커피 한잔 넘겨주면 좀 나아요 멍할 때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생각도 한답니다


꾸역 살다 보니 문득 알겠더라구요

언젠가 우주 비행사가 꿈이던 꼬맹이가

이제는 꿈꾸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얽매이지는 않아요 오늘도 할 일이 많아서

빨래도 청소도 스스로 한지 꽤 되고 나서는

특별한 것이 없어 이제는 지나칠 수 없더라구요

향기 바람 나무 꽃 같은 것들 말이에요

갈 수 없는 '왕따시만한' 달 찍어서

사진 보내고 고개 들고 살라고

나도 그러지 못하는 거짓말이지만 이 정도면

지나치지는 않았다고 오늘도 생각해요


뭐 이렇게 실없냐 말한다면

왼손잡이한테 왜 왼손잡이니 해도

원래 이런 것을 어떡하라고요 뭐

언젠가 노력한다면 바꿀 수야 있겠지만

오른손잡이라 그러지는 못하겠네요

나중에라도 한번 시도는 해볼게요

일단은 마저 쓰고요 밀린 방학숙제하듯

적는 일기는 꼭 오늘 이야기는 아니에요

지어내는 것도 있지만 진짜예요

대부분은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문득 떠올라 한 문장 꾸역 적어봅니다'

농담이에요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하루에 한 문장보다는 조금 더 적어요

오늘도 지나치지 않았더니 쓸 것이 좀 있네요


방학 숙제마저 그리워진 이제는

꼭 오늘 일만 적어야 일기인가 싶어요

문득 지나친 어제 그제는 끄적거려도

내일은 미리 쓰지 않았어요

아 이건 그때도 그러긴 했어요 참

지금도 시간이 없어 밀려 쓰다 못해

한꺼번에 쓰고 있다보면 어느새

그 많던 시간 다 지나고 언젠가

꼬맹이가 농담을 시작한다면 문득

어찌저찌 컸구나 싶어요


살다 보니 그렇더라구요

왜인지 이제는 알겠더라구요

일기 쓰고 싶은 마음이 얼마 못 가듯

살아왔더라도 뭐 어쩌겠어요 지금은

밤잠 설쳐도 사과 한 개 커피 한 잔이면

어찌저찌 괜찮아요 어른이잖아요 다들

이렇게 오늘을 살고 있잖아요

‘문득문득 꾸역꾸역’

매거진의 이전글 뒤돌아 걷는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