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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성 Jul 10. 2023

문득문득 꾸역꾸역

살고 쓰기

살다 보니 그렇더라구요

왜인지는 이제껏 몰랐는데

문득문득 꾸역꾸역 이었더라구요

그렇더라구요 살다 보니 이제는

밤잠 설쳐도 아침에는 사과 한 개

씹어 먹을 정도만 되면 어찌저찌 괜찮고

커피 한잔 넘겨주면 좀 나아요 멍할 때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생각도 한답니다


꾸역 살다 보니 문득 알겠더라구요

언젠가 우주 비행사가 꿈이던 꼬맹이가

이제는 꿈꾸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얽매이지는 않아요 오늘도 할 일이 많아서

빨래도 청소도 스스로 한지 꽤 되고 나서는

특별한 것이 없어 이제는 지나칠 수 없더라구요

향기 바람 나무 꽃 같은 것들 말이에요

갈 수 없는 '왕따시만한' 달 찍어서

사진 보내고 고개 들고 살라고

나도 그러지 못하는 거짓말이지만 이 정도면

지나치지는 않았다고 오늘도 생각해요


뭐 이렇게 실없냐 말한다면

왼손잡이한테 왜 왼손잡이니 해도

원래 이런 것을 어떡하라고요 뭐

언젠가 노력한다면 바꿀 수야 있겠지만

오른손잡이라 그러지는 못하겠네요

나중에라도 한번 시도는 해볼게요

일단은 마저 쓰고요 밀린 방학숙제하듯

적는 일기는 꼭 오늘 이야기는 아니에요

지어내는 것도 있지만 진짜예요

대부분은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문득 떠올라 한 문장 꾸역 적어봅니다'

농담이에요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하루에 한 문장보다는 조금 더 적어요

오늘도 지나치지 않았더니 쓸 것이 좀 있네요


방학 숙제마저 그리워진 이제는

꼭 오늘 일만 적어야 일기인가 싶어요

문득 지나친 어제 그제는 끄적거려도

내일은 미리 쓰지 않았어요

아 이건 그때도 그러긴 했어요 참

지금도 시간이 없어 밀려 쓰다 못해

한꺼번에 쓰고 있다보면 어느새

그 많던 시간 다 지나고 언젠가

꼬맹이가 농담을 시작한다면 문득

어찌저찌 컸구나 싶어요


살다 보니 그렇더라구요

왜인지 이제는 알겠더라구요

일기 쓰고 싶은 마음이 얼마 못 가듯

살아왔더라도 뭐 어쩌겠어요 지금은

밤잠 설쳐도 사과 한 개 커피 한 잔이면

어찌저찌 괜찮아요 어른이잖아요 다들

이렇게 오늘을 살고 있잖아요

‘문득문득 꾸역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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