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나길 기다려요
돌아올 생각마저 두고서는
어느 노랫말 속 지도에는 없는 곳으로
떠나려 하는 사람은 마지막 말을 남긴다
미안과 후회와 대게는 그러한 것들
약간의 미련이 담긴 몇 토막의 글
거기에는 젖은 내음이 스며 나온다
돌아올 생각마저 두고서는
어느 책에서 본 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모두 떠나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한다는
그 말에 왜 위로받은 것 같은 후로
이제껏 남의 말을 빌려 말하다가
갈 거면 이왕 잘 가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이제야 뱉는 말은 그저 유치하다
저번처럼 변함없이 장마가 시작되었으니
지나길 기다리고 곧 그리고 꼭 보자는 말
몰랐다
언제부터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했을까
유치한 때를 그리워하기 시작한 순간이었겠지
이 유치한 말에 위로받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나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구나
또다시 유치한 말을 하고 싶어진다
물속을 걷다가 가라앉는 기분
삼킨 눈물이 쏟아지는 마음에 장마
꼭 지나길 기다려 우산 필요 없는 날
갈 거면 이왕 지도에 있는 곳에서
곧 그리고 꼭 보자는 약속하고
나들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