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쓰기
살다 보니 그렇더라구요
왜인지는 이제껏 몰랐는데
문득문득 꾸역꾸역 이었더라구요
그렇더라구요 살다 보니 이제는
밤잠 설쳐도 아침에는 사과 한 개
씹어 먹을 정도만 되면 어찌저찌 괜찮고
커피 한잔 넘겨주면 좀 나아요 멍할 때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생각도 한답니다
꾸역 살다 보니 문득 알겠더라구요
언젠가 우주 비행사가 꿈이던 꼬맹이가
이제는 꿈꾸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얽매이지는 않아요 오늘도 할 일이 많아서
빨래도 청소도 스스로 한지 꽤 되고 나서는
특별한 것이 없어 이제는 지나칠 수 없더라구요
향기 바람 나무 꽃 같은 것들 말이에요
갈 수 없는 '왕따시만한' 달 찍어서
사진 보내고 고개 들고 살라고
나도 그러지 못하는 거짓말이지만 이 정도면
지나치지는 않았다고 오늘도 생각해요
뭐 이렇게 실없냐 말한다면
왼손잡이한테 왜 왼손잡이니 해도
원래 이런 것을 어떡하라고요 뭐
언젠가 노력한다면 바꿀 수야 있겠지만
오른손잡이라 그러지는 못하겠네요
나중에라도 한번 시도는 해볼게요
일단은 마저 쓰고요 밀린 방학숙제하듯
적는 일기는 꼭 오늘 이야기는 아니에요
지어내는 것도 있지만 진짜예요
대부분은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문득 떠올라 한 문장 꾸역 적어봅니다'
농담이에요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하루에 한 문장보다는 조금 더 적어요
오늘도 지나치지 않았더니 쓸 것이 좀 있네요
방학 숙제마저 그리워진 이제는
꼭 오늘 일만 적어야 일기인가 싶어요
문득 지나친 어제 그제는 끄적거려도
내일은 미리 쓰지 않았어요
아 이건 그때도 그러긴 했어요 참
지금도 시간이 없어 밀려 쓰다 못해
한꺼번에 쓰고 있다보면 어느새
그 많던 시간 다 지나고 언젠가
꼬맹이가 농담을 시작한다면 문득
어찌저찌 컸구나 싶어요
살다 보니 그렇더라구요
왜인지 이제는 알겠더라구요
일기 쓰고 싶은 마음이 얼마 못 가듯
살아왔더라도 뭐 어쩌겠어요 지금은
밤잠 설쳐도 사과 한 개 커피 한 잔이면
어찌저찌 괜찮아요 어른이잖아요 다들
이렇게 오늘을 살고 있잖아요
‘문득문득 꾸역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