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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성 Jul 15. 2023

떠나려 하는 모든 이에게

장마가 지나길 기다려요

돌아올 생각마저 두고서는

어느 노랫말 속 지도에는 없는 곳으로

떠나려 하는 사람은 마지막 말을 남긴다

미안과 후회와 대게는 그러한 것들

약간의 미련이 담긴 몇 토막의 글

거기에는 젖은 내음이 스며 나온다


돌아올 생각마저 두고서는

어느 책에서 본 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모두 떠나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한다는

그 말에 왜 위로받은 것 같은 후로

이제껏 남의 말을 빌려 말하다가

갈 거면 이왕 잘 가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이제야 뱉는 말은 그저 유치하다

저번처럼 변함없이 장마가 시작되었으니

지나길 기다리고 곧 그리고 꼭 보자는 말


몰랐다

언제부터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했을까

유치한 때를 그리워하기 시작한 순간이었겠지

이 유치한 말에 위로받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나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구나

또다시 유치한 말을 하고 싶어진다


물속을 걷다가 가라앉는 기분

삼킨 눈물이 쏟아지는 마음에 장마

꼭 지나길 기다려 우산 필요 없는 날

갈 거면 이왕 지도에 있는 곳에서

곧 그리고 꼭 보자는 약속하고

나들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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