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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사 Jun 11. 2022

취미에 중독되다 2

진정한 마음 탈출은 없는 건가

내 마음속의 공허함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 왔던 것 같다. 마음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이 공허함. 우울한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하고 , 그렇게 내 마음 살핌을 하다 보면 결국엔 지쳐 내 마음속의 외침을 무시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우울증 약을 챙겨 먹는 것도 안 하고 있다. 약을 챙겨 먹는다고  내가 느끼는 본연의 마음 상태가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약을 먹고 있구나 그러면 좀 나아지겠지 라는 순간의 자기 위안마저 귀찮아졌다.

마음의 병은 우리 몸에 생기는 생채기처럼 시간이 지나 낫는다고 다시 안 생기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을 해 나가야 한다. 조금만 방심하면 어김없이 나의 가슴을 짓누르고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느끼는 이 공허함에 대한 원인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원인이 도화선이 되어 기분 전체가 엉망이 되는 것 같았다. 원인을 찾자면이야 얼마든지 있다. 회사에서의 자존감 부족. 업무에 대한 불만족, 불확실한 미래. 감당할 수 없는 빚 ,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실망, 너무나도 많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을 모두 다 피할 수만은 없다. 그건 살아가는 한 불가능하다.

만약 나에게 걱정할 만한 것들이 영원히 없어진다면 내 마음도 영원히 평안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과연 진정한 마음의 평화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걸까.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 순간을 잠시 잊는 것이다. 취미 생활에 일부러 집중하는 것이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취미생활에 집중해서 에너지를 쏟는 것이었다. 무릎을 다쳐 활동에 제약이 있기 전까진 축구에 전념했다. 모든 것이 그런 것 같다. 어떤 것 하나를 즐기기 위해선 수많은 인프라가 필요하다.  축구 역시 그랬다. 사람들도 사귀어야 하고, 시합이 있는 날에 맞혀 시간도 비워놔야 하고, 인터넷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도 얻어야 하고 맘에 드는  축구화를 사기 위해 발품을 팔기도 한다. 이런 행위들을 할 때 비로소 즐거움을 느끼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무릎 수술을 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지만 결국 그만큼 부작용도 생긴 것이다.

이제는 동적인 운동을 못하다 보니 정적인 레저활동에 관심이 쏠렸다. 그건 바로 낚시였다. 바다에 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으면 이때만큼은 마음의 공허함이 사라지는 시간이었다. 난 순식간에 낚시에 매료되고 말았다. 기다림 끝에 오는 입질의 짜릿함. 릴링 하면서 온몸에 퍼지는 아드레날린이 나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게다가 낚시 배를 타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두세 시간을 밤길을 운전하다 보면 복잡하게 느껴지는 세상사 일도 정리되는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을 하다 보니 도저히 헤어 나올 수가 없는 나의 루틴이 되었다.

  자극이라는 것이 참 웃긴 것이다.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야 뇌에서 관여하고 있으니 난 낚시를 통해 나의 뇌를 속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극이 계속되어 만성이 되면 더 센 자극을 원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마음 상태가 리셋이 돼버린다.  낚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해도 뉘엿뉘엿 지고 하루 종일 출렁이는 배 위에서 있다 보니 몸은 축 쳐지고 기분마저 다운되는 듯했다. 그러다 갑자기 낚시가 재미없어졌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동안 내 마음을 붙잡고 있던 낚시의 즐거움이 사라지자 신기하게도 공허함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모든 것이 슬픔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나의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잘 커나갈 수 있는 걸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빚을 어떻게 해결하지. 여동생의 이혼 문제가 해결되어야 가족들이 모두 안정된 생활을 할 텐데. 수많은 물음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모든 것에 대한 연민이 슬픔으로 다가오자 깊은 한숨이 가슴속에서 나왔다.

내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우울함과 이런저런 문제들이 합쳐져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취미에 중독되어 그동안 잊고 있던 일들이 다시금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언제까지 현실을 잊기 위해 취미생활을 통해 현실도피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무기력에서 탈출했다고 착각한 나 자신이 한심했다.

마음 상태는 종이 한 장 차이 같다. 낚시가 재미없어지니 무기력이 다시 찾아오다니...

내 마음의 징글맞은 무기력은 떨쳐버릴 수 있는 게 아니라

잠시 무시했던 것이었다. 진정한 마음 탈출이 과연 가능한 걸까. 오늘은 차라리 취미에 중독되어  모든 것을 잊고

낚시에만 전념했던 예전이 그립다.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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