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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사 May 23. 2022

 난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 왜 가슴 한 곳은 늘 허전할까

아침이 되면 전날 맞춰 두웠던 알람 소리에 잠이 깬다. 졸린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핀다. 주방에선 집사람이 굽는 토스트 냄새가 가득하다. 난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아이들을 깨운다. 

욕실에서 우리는 같은 거울을 보며 양치질을 한다. 조용하고 차분한 대화가 식탁에서 오고간다. 집에서 먼 거리에 있는 아이들의 학교까지 등교시키고 난 차를 돌려 회사를 향한다. 

신호대기에 걸려있는 차들 속에서 난 오늘 회사에서 할 일을 생각해본다. 저 멀리 줄지어 날아가는 이름 모를 새들에게서도 신선한 아침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분명 난 잘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왜 가슴 한 곳은 늘 허전할까......

누군가 그랬다. 세상사는 거에 치여 살면 우울할 시간도 없다고 그런다. 살만하니까 마음의 공허함도 느끼는 거란다.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가 생겨야만 글도 쓸 수 있다. 진짜 삶의 무게에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면 글로 옮겨 적을 노력도 생기지 않는다. 무기력에 빠지고 만다. 

오랜만에 노트북 앞에 앉아본다. 그동안 기술사 공부한다고 모든 에너지를 다 여기에 쏟아부었다. 왜냐하면 나에 대한 무언가를 증명해보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회사생활을 견딜 수 없었을 것만 같았고 지금의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 알 수 없는 이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마치 기술사 합격이 해답인 것처럼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다행인 것은 공부를 해야 겠다는 열정이 내 마음에 남아있었다. 예전처럼 이루어야 할 목표가 너무 높다고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그 마음의 벽을 넘어보겠다는 열정이 내 가슴 속에 남아있었다. 솔직히 주위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더 큰 것 같았다. 내가 나의 인생을 사는데 기준을 남의 시선에 두워야 하는지 그 의구심마저 무시된 채 일단은 합격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절실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등 갖가지 내가 합격해야하는 이유를 찾아가며 시험준비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준비한 시험이 합격을 가져온다면이야 얼마나 인생 해피엔딩이겠나 싶다. 하지만 인생에서 주어지는 문제들이 그렇게 쉽게 해결되는 것 같진 않다. 그렇게 준비해서 합격한다면 이글은 합격 수기를 쓰는 셈이다. 하지만 내 글은 합격수기가 아니다. 결과를 인정하고 다시 공부에 매진해야 되는 데 한 마디로 “진이 빠졌다” 열정이 사라진 것이다. 공부해야하는 이유도 점점 무색해진다.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자신감상실, 공허함, 무기력함. 나를 괴롭히는 무거운 감정들에 해답을 찾고자 떠났던 여행이 별 소득없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너무 극단적이였나. 시험에 대한 합격이 인생의 해답을 가져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너무 하나에 매달려 복잡한 인생의 해답을 구하려 했다는 것이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만큼 무기력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기술사를 합격해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가는 것도 아니였다. 단지 나도 인생의 무기력에서 탈출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합격의 영광을 얻으려 했다니 어쩌면 난 절실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단지 무기력의 수렁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건 나에게 주어진 현실도피인 셈이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그것 만으로 이 세상 살만해야 되는데 나는 뭐가 부족해서 현실을 도피하려 하는가. 혼자 있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공허함의 이유는 무엇일까.


 “난 잘 살고 있는 거 같은데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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