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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사 Feb 17. 2022

세가지 소식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주어진 하루를 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하루를 살아간다. 삶이 허락하는 한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부자라고 긴 하루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가난하다고 짧은 하루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노인이라고 해서 하루가 느리게 가는 것도 아니고 어린아이라고 해서 하루가 빨리 가는 것도 아닌 것이다. 아만다사이프리드 주연의 인타임이라는 영화가 있다. 살이있는 시간이 돈으로 환산해서 자신이 살아가는 시간이 정해진다는 참신한 소재의 영화이다.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불공평한 세상이 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의 현실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하루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아직도 나의 기억속에 각인되어져있던 생각이 있다. 

수능 전날 잠이 오지 않아 이생각 저생각 하다가 문득 내일 하루가 그렇게 중요한 하루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살아온 하루하루가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오면 뒤척이며 하는 생각중에 수능 전날 느껴졌던 내일 다가올 하루가 어떤 하루일까라는 기분이 떠오른다. 내일이 수능날이라면 조마조마 할지도 모르는 내가 내일이 수능날이 아니여서 다행이라는 지금 느끼는 편안함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루의 모습은 정말 다양할 것이다. 비슷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열이면 열 모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구가 존재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모두 다른 모습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궁금할 정도로 나의 삶이 여유와 따분함으로 가득차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가끔 이런 생각들을 한다. 

지금 이 시간에 트와이스(아이돌그룹)는 뭘하고 있을까부터 예전에 놀러갔었던 필리핀의 어두운 뒷골목은 지금 무슨 일이 있을까. 소식이 끊긴 친구는 뭐하고 있을까. 내 생각은 하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 죽는 사람이 누굴까. 몇이나 될까 까지 정말 아무 경쟁력없는 쓸데없는 생각으로 소중한 하루를 가끔씩 보내곤 한다. 이런 생각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집착해서 생각할 때도 있다. 나의 생각패턴이 늘 이런식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느껴지는 연민,희노애락, 추억, 그리움, 분노, 궁금함 갖가지 연관 검색어들이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도 있다. 아무래도 병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로 인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보상같은 것도 있나보다. 나의 무의식이 계속해서 이런 생각들을 시키는 것을 보면, 아니 이런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에 가득 찰 때면 느껴지는 공통된 감정은 마음속에 아련함이 남는 것이다. 이상하다. 생각의 늪에 빠지고 나면 아련함이 남는다.

 어느날 아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온 연락인데 늦은 나이에 임용고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이였다. 축하한다는 답장을 보냈지만 사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가 다른 사람의 소식을 듣는 다는 것은 평소에 내가 그렇게 궁금해하던 많은 생각들 중에 하나일 텐데 진정으로 기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시기하는 걸까.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지인의 소식중 하나인데 왜 나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던 걸까.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해 죄책감마저 드는 것이 오버아닌가. 

 같은 날 또 다른 소식이 왔다. 여동생의 친구인데 코로나 주사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다가 결국 운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다. 나와는 어릴 적 동생 친구라고 인사 받았던 안면이 있는 정도인데 부고 소식을 들은 나에게는 상당히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 친구도 가정이 있을 것이고 한 아이의 엄마이고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일텐데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니 여간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였다. 

공교롭게도 임용고시에 붙었다던 지인과 운명을 달리한 동생친구는 나이가 같다. 같은날 살아온 시간이 비슷한 두 사람에게서 정반대의 삶의 소식을 듣게 되니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왜그랬을까, 두 사람은 서로 아무 연관도 없고 나와도 모른다면 모르는 사람들이였다. 그런데 왜이리 마음이 무거웠을까.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 지만 누군가에게는 축복이, 누군가에게는 슬픔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니 삶이란 무엇일까란 아주 어려운 문제가 나의 뇌리에 박혔다. 솔직히 말해 나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준 사람에게는 시기가 느껴지고 슬픈 소식을 전해준 누군가에게는 연민이 느껴진다. 더욱이 배우자의 일로 요즘 힘들어하는 동생이 친구의 죽음에 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옆에서 보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예전부터 내가 생각해오던 패턴들. 생각의 늪이라고 하겠다. 생각의 늪에 빠져 다른 사람들의 하루를 궁금해왔지만 정작 이렇게 소식들을 듣게 되니 혼란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정반대 분위기의 두가지 소식이 나의 하루를 무겁게 만들었다. 삶의 모습이 다양하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어쩌면 나의 삶만이 나에게 중요한 이유는 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삶마저 내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아닐까. 

나에게도 세 번째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이건 나에 대한 것이다. 그동안 기술사 공부한다고 투자했던 시간들에 대한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다. 평범한 내 삶에서 누군가에게 나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소식을 전하는데 있어 “나 그냥 평범하게 하루하루 잘 버티고 있어” 라기 보다는 “나 이번에 기술사 합격했어”라고 전해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뜬금없을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들으면서 느껴졌던 나의 마음은 나는 이렇게 살고 있어라고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도 내 삶에 있어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해내고 있다구 말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나도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무기력하지 않게 잘 보내고 있어”


이 말을 하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늦은 나이에 임용고시에 합격한 아는 동생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고...먼저 저 세상으로 간 연수야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살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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