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지인에게서 스프레이 장미들을 선물 받아서 예쁘게 건조를 시켰다. 손수 키운 장미들이라 그런지, 꽃잎 하나하나에 그 사람의 정성이 스며 있는 듯했다. 핑크빛, 붉은색, 그리고 그 사이사이의 미묘하게 섞인 컬러들… 화려하면서도 고운 빛깔이 차분하게 어우러진 이 장미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날의 햇살과 어우러져 더 빛나 보였던 그 장미들을 마주하며, 이 꽃들로 어떤 작품을 만들까 마음이 두근두근 했다. 이런 순간이 좋다. 예쁜 꽃을 보면서 만들 작품을 생각하는 그 순간들..
장미로 리스를 만들었다. 리스라는 것은 마치 꽃들이 서로를 감싸 안으며 둥글게 연결되는 모습이 좋아서, 이 소중한 장미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색과 형태를 존중하면서, 하나의 원으로 아름답게 엮여가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하나씩 조심스럽게 꽃을 다듬고, 말린 장미들을 틀에 엮어 나갔다.
작업을 하는 동안 내내, 정원에서 피어났을 장미들이 상상됐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아침, 이슬을 머금고 살짝 흔들리던 모습이나, 가만히 햇빛을 받으며 서로의 색을 더 짙게 물들이던 그 순간들. 장미들이 품고 있을 그 기억들을 조금이나마 내 손에 담아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천천히, 그리고 마음을 담아 리스를 만들어 갔다.
완성된 리스를 보고 있자니, 마치 시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 선물 받았을 때의 장미와는 달랐다. 하지만 그 다름이 나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짙어지고, 은은했던 향기도 어딘가 깊어진 듯한 그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꽃은 말라가면서도, 오히려 더 진한 이야기를 품게 되는 것 같았다. 어쩌면 꽃을 건조시킨다는 건, 시간을 천천히 붙잡아두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리스를 작업실 한편에 걸어두었다. 꽃을 보내준 지인의 마음과, 그 장미들이 자라난 시간과, 그 모든 것을 품은 채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리스. 때때로 그 리스를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마치 내가 그 순간들을 함께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장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 나는 산책을 하다가도 작은 꽃잎 하나가 눈에 띄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내가 보지 못했던 이야기가 그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누군가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작은 꽃잎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엮여 가는 것, 그게 내가 만든 장미 리스의 모습이 아닐까.
세월이 지나도, 꽃잎이 더 짙어져도 변하지 않는 것은 그 속에 담긴 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이 장미 리스를 만들며 얻은 가장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