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족들과 바다로 작은 여행을 다녀왔다. 겉으로는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사실은 바다에서 작품에 쓸 수 있는 소재들을 구하고 싶었다. 가을이 되면 바닷가에는 갈대가 하늘하늘 춤을 추고, 그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 갈대들을 작품에 담아보고 싶어서, 또 바다의 자연이 주는 선물을 기대하며 바다로 향했다.
바다에 가면 종종 작품에 쓸만한 식물 소재나 나무 조각을 찾을 수 있다. 게다가 바다유리라는 것이 있다. 버려진 유리들이 바닷물과 파도에 의해 동글동글하게 마모된 조각들인데, 빛을 받을 때 반짝거리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 이번에도 아이와 함께 바다유리를 찾으며 바닷가를 걸었다. 반짝이는 조각들을 주워 올 때마다, 손에 쥔 그 작은 유리들이 마치 보석 같았다. 아이는 그 반짝임에 눈을 빛내며, 마치 보물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바다유리를 주우며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이 예쁜 유리 조각들은 원래 바다에 버려졌던 것들이야. 그래서 이렇게 많은 바다유리가 있다는 건 그만큼 많은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졌다는 의미야.” 순간 아이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곧 우리는 더 많은 유리 조각과 나무, 조개 등을 주우며 자연이 주는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갔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갈대들은 은빛 물결처럼 일렁이고, 파도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그 자체로 작은 연주가 되었다. 이 자연의 소리와 풍경을 보면서, 문득 나는 자연이 언제나 우리에게 넉넉하게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넉넉함이 우리가 함부로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겠지. 아이와 함께 바다유리 조각을 주우며 깨달았다. 쓰레기로 버려졌던 것이 바다와 바람을 만나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주는 아름다움은 그만큼 소중한 환경을 우리가 더 잘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아이와 함께한 주말의 바다에서, 나는 갈대와 바다유리 그리고 아이의 웃음 속에서 작은 행복을 느꼈다. 이런 순간들을 작품으로 담아내며, 나 또한 자연이 주는 소중함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우리가 받은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든 오래오래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