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반기는 건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와 그윽하게 번지는 솔방울 향기다. 내 작업실은 이맘때가 되면 작은 가을 숲으로 변신한다. 작업실 구석구석 나뭇가지, 열매, 시나몬 스틱들이 모여 하나하나 가을의 향기와 색을 채우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 풍성한 자연 속에서도 가장 손이 가는 작업은 바로 ‘넛츠 리스’ 만들기다. 이 리스는 단순히 계절을 잠시 담는 장식이 아니라, 한 번 보면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가을의 작은 정원’ 같은 작품이다.
리스에 사용하는 메타세콰이어 열매는 그 자체로도 깊은 가을 숲의 고요한 분위기를 머금고 있다. 마치 숲의 맑은 공기와 부드러운 바람이 스며든 듯, 메타세콰이어 열매를 보면 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잔잔한 평온함이 전해진다. 솔방울도 빠질 수 없지. 언제 봐도 정겹지만, 가을에는 더욱 따뜻해 보이는 솔방울들이 리스에 모여 포근한 느낌을 더해준다. 하나하나 모여 만들어낸 둥근 형태가 마치 끝없이 감싸주는 온기를 담고 있는 것만 같다.
히말라야시다 열매는 그 독특한 매력으로 리스에 특별함을 더해준다. 장미 모양을 닮아 ‘장미솔방울’이라 불리는데, 가을 색으로 물든 이 열매들은 리스에 놓이면 마치 숲속에서 발견한 작은 보물처럼 빛난다. 여기에 시나몬 스틱이 더해지면 가을의 완성이랄까. 부드럽고 따뜻한 시나몬 향이 은은하게 공간을 채우며, 리스에 한층 더 아늑한 감성을 더해준다. 시나몬 향이 퍼지는 순간, 온 방에 가을이 내려앉은 듯한 느낌이 들지.
목화꼬투리는 가을의 포근함을 더해주는 또 다른 요소다. 그 부드러운 질감과 따뜻한 느낌 덕분에 손끝으로 만져보면 마치 겨울의 포근한 담요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정향! 그 별 모양의 독특한 모양과 진한 향기가 리스에 개성을 더해준다. 정향의 진한 향은 일상 속에서 자꾸만 가을을 떠올리게 해주며, 우리 집에 작은 가을 숲이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렇게 완성된 넛츠 리스를 문에 걸어 두면, 우리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가을 숲이 잠깐 들렀다 가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 가을, 공방에서는 이 넛츠 리스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클래스를 진행 중이다. 자연의 이야기가 손끝에서 하나씩 엮이며 만들어지는 이 순간을 놓치기 아쉬운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나만의 가을 정원을 담은 리스를 만들며, 바쁜 일상 속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이 시간. 함께하며 가을의 감성을 온전히 느껴보는 이 시간이야말로 가을을 제대로 만끽하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