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좋아해

by 심횬


집으로 돌아와 나는 후회했다.


‘예쁨이 인중이면 어떻고 주근깨면 어때?’


연우는 진심이었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그 모습마저

예쁘다니… 나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연우 앞에서 뾰족해진 내 마음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달력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제 5일 남았다. 5일 뒤면 연우는 먼 곳으로 간다.


5일 뒤...,

연우가 없는 여기.. , 갑자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일 년 넘는 시간 동안 내 하루에 스며들어 있던 그 아이의 존재가 너무나도 커져 있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기대 없이 편안하게 내 곁에 있던 그 아이의 존재가 너무나도 커져 연우가 없는 날들을 생각하니 숨이 턱 막혔다. 가슴 안에서 단단한 무언가가 눈물샘을 누르는 듯, 눈물이 자꾸만 나왔다. 너무 늦게 알아차린 내 마음, 그것이 나를 더 아프게 했다.


스무 살, 사랑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친구였다. 여자 친구들과의 수다와 놀이들, 함께 있다는 소속감, 서로에 대한 의지, 하루가 재밌는 이유는 친구들이었다. 아직은 어색한 사랑보다는 익숙한 우정이 우선이었던 나였다.


갑자기 다가온 어색한 사랑의 감정이 나를 불편하게 하고, 조급하게 하고, 어쩔 줄 모르게 만들고 있다.

그 느낌이 싫지 않지만 낯선 이 감정이 나를 아프게 했다.


'조금만 더 빨리 알아차렸다면...'


감정이 더 크게 북받쳐 연우에게 전화를 해 앞뒤 없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연우야, 많이 좋아해." 연우는 말이 없었다.

"진짜 많이 좋아해." 연우는 계속 말이 없었다.

"끊을게"

"잠시만!"

"설아, 잠시 나올래?"


연우는 어느새 내 집 앞에 와 있었다. 좋아한다는 나의 말에 외투를 입고 현관문을 나섰다고 했다. 가슴이 막 두근거려 잠시 숨을 깊게 담아 내뱉었다. 연우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울어 몸에 힘이 텅 빈 듯했고 거울을 보니 두 눈이 퉁퉁 부어 이대로 나갈 수가 없었다. 분명 내 모습을 본다면 연우의 마음이 더 아플 테니,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연우는 낯선 곳으로 가야 한다는 두려움, 잠시 나와 떨어져 있어야 함에 대한 불안함, 나에 대한 걱정으로 나보다 분명 더 힘들 텐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연우야, 내가 지금 너무 졸려서… 우리 내일 일찍 만날까? “


“아, 미안해. 내일 일찍 만나자”


“응”


나는 창문으로 달려가 커튼을 살짝 열고 보고 싶었던 연우를 보았다. 연우는 아쉬운 듯 발걸음을 바로 돌리지 않고 서 있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외투를 걸쳐 입고 연우에게 바로 달려갔다. 눈이 퉁퉁 부은 나를 보고 연우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한참 동안 내 눈을 보다가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나는 참았던 울음이 터져 버렸다. 그것은 연우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너무 늦어서 미안해”


연우는 늦은 게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더 늦는 편이 좋았을 거라 했다. 오히려 그 마음을 모르고 지내다 2년쯤 뒤 알게 되는 게 훨씬 좋았을 거라며 더 오래 혼자 좋아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 했다.


그 말을 하는 연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거짓말”


“맞아, 거짓말”


그날 밤 우리는 놀이터 벤치에 앉아 한참을 이야기했다. 나는 연우가 말수가 적은 아이라 생각했었다. 그것은 말수가 적게 생긴 연우의 모습이 준 오류였다.


연우는 수다쟁이였다. 궁금한 게 얼마나 많은지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지고, 나의 답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마음의 시선을 멀찍이 이동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며칠 뒤면 이 자리에 없다.


“연우야, 많이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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