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과 함께 찾은 표현의 자유

퇴직 후 자유로워진 정치적 발언


공직에 몸담았던 30여 년, 나는 '정치적 중립'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온몸으로 짊어지고 살았다.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이 부여한 의무였지만, 때로는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선거철만 되면 주변에서는 정치 이야기가 꽃피었지만, 나는 그저 귀만 열어둔 채 입은 굳게 다물어야 했다.

"김 과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변의 질문에 나는 늘 같은 대답을 했다. "글쎄요 ..."

그 짧은 말 뒤에는 하고 싶은 말들이 가득했다. 정책에 대한 나의 견해, 사회 현안에 대한 나름의 분석, 때로는 정치인들의 언행에 대한 비판까지.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내 안에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법과 원칙이었고, 내가 선택한 직업의 숙명이었다.


그런데 퇴직 후,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 동아리에서의 정치 토론을 하였을 때의 떨림을 잊을 수 없다. 마치 오랫동안 묶여있던 혀의 매듭이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정치적 견해를 말한다는 것, 사회 문제에 대한 나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였다.

지난 달, 우리 동네 역사 동호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은 한국 현대사를 주제로 토론하는 날이었다. 자연스레 최근 외교 정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회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현 정부의 외교 노선은 너무 편향적이에요. 균형을 잃고 있다고 봅니다." 한 회원이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회원이 즉각 반박했다. "아니요, 오히려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만 좇다가는 국익을 해칠 수 있어요."

토론은 점점 열기를 띠었고, 나는 습관적으로 침묵했다. 30년 넘게 굳어진 습관이었다. 하지만 문득 이제는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사실 저는으로 시작하여 공무원 시절 알게 된 정보나 기밀은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공개된 정보와 일반적 견해만을 바탕으로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내 말에 회원들은 귀를 기울였다.

"국제 관계에서는 이념보다 실리가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정부든 결국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죠. 다만 그 접근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저는 우리가 특정 정부의 정책을 평가할 때, '무엇을 했는가'뿐만 아니라 '왜 그렇게 했는가'의 맥락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말이 끝나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한 회원이 말했다. "역시 현장에서 일하셨던 분의 의견은 다르네요. 새로운 관점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날 이후, 동호회에서는 종종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한 내 의견을 물어오곤 한다. 물론 나는 여전히 신중하게 말한다. 퇴직했다고 해서 과거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만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공직자로서의 삶과 퇴직 후의 삶을 비교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의무는 공직자에게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 또한 민주 사회에서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리고 그 두 가지는 모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공무원 시절, 나는 때로 답답함을 느꼈지만 그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의무라고 생각하며 견뎠다. 그리고 이제 일반 시민으로 돌아와, 나는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책임임을 느낀다.

자유는 소중하다. 특히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더욱 그렇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교환될 때,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오랜 시간 침묵해야 했던 내가 이제는 사회의 건전한 토론에 작은 목소리를 보탤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새롭게 발견한 퇴직 후의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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