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자리, 자식이라는 자리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지나면서


어버이날과 어린이날 사이, 그 미묘한 간극에서 문득 발견한 생각들

날짜가 5월 8일로 넘어가기 전날, 딸아이에게 "내일이 어버이날이야"라고 가볍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어린이날도 엄마가 그냥 넘어갔잖아."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황당함이 먼저 밀려왔다. 23살, 이미 성인이 된 딸이 어린이날을 챙겨달라고?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갔다.

"성인은 어린이가 아니야. 부양해야 할 나이도 지났잖아."

말은 했지만, 내 나이 50이 되도록 어린이날을 챙겨주던 친정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머니에게는 내가 몇 살이 되든 여전히 '아이'였던 것일까. 그 순간 딸아이의 말이 새롭게 들렸다. 그것은 단순히 선물을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여전히 내 안에 있는 '아이'를 인정해 달라는 외침 같았다.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는 성인이 되었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감성이, 보살핌 받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는 것이 당연하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오늘은 어버이날. 딸은 멋진 식당을 예약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몰래 그 예약을 취소했다. 단돈 만 원도 아끼는 우리 딸, 그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대신 딸도 나도 좋아하는, 조금은 저렴한 식당으로 다시 예약했다. 이게 부모의 마음일까?

아들은 또 다른 이야기다. 새벽 6시에 들어와 지금까지 곤히 잠들어 있다. 열애 중이라 부모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사실 나는 그에게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다.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미묘하게 변해간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에서, 어느새 부모를 모시는 자식으로.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지금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가끔은 역할이 뒤바뀌어 자식이 부모처럼, 부모가 자식처럼 행동할 때도 있다.

23살의 딸은 여전히 어린이날을 기대하고, 50살의 나는 여전히 어머니 앞에서는 어린아이가 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걸까.


오늘날 세대 간의 간극은 점점 더 커져가는 듯하다. 그러나 그 간극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서로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비록 표현 방식은 다를지라도.

부모라는 자리, 자식이라는 자리. 두 자리 모두 쉽지 않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자리, 때로는 말없이 그저 바라봐 주어야 하는 자리. 하지만 그 자리에 있기에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더 깊어진다.

오늘 딸과 함께할 저녁 식사가 기다려진다. 어쩌면 우리는 오늘, 부모와 자식이라는 틀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으로 마주 앉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아닐까.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부모의 마음은 변함없이 깊고 넓다. 때로는 허무함과 회의감이 밀려올 때도 있지만, 자식의 작은 관심과 사랑에 다시 기쁨을 느끼는 것, 그것이 부모의 운명인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운명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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