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60대의 세대차이는 극복 가능할까
오늘 딸의 요청으로 '파과'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나는 평소 영화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 특히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는 영화는 더더욱 견디기 힘들다. 그런데 우리 딸은 영화광이다. 영화를 볼 때마다 눈이 반짝이며 화면에 몰입하는 모습이 어찌 보면 부럽기도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심장이 터질 듯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내게는 고문과도 같았다. 그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마침내 영화가 끝났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내 옆에 앉은 딸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엄마, 이 장면 봤어? 그리고 여기서 주인공이 저렇게 행동한 건 정말 의미심장했어!"
딸의 열변을 듣고 있자니 약간 미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영화를 봤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이 영화의 주제가 뭐야? 영화가 우리에게 주려고 하는 메시지는 뭐야?"
딸은 내 질문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엄마, 영화는 영화지. 무슨 주제를 찾아? 그냥 경험하고 느끼는 거야."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세대차이인가?'
나는 60대 나이에 모든 것에서 의미와 교훈을 찾으려 한다. 책을 읽어도, 영화를 봐도, 음악을 들어도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하지만 20대인 내 딸에게 영화는 그저 경험 그 자체다.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느끼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영화를 보고도 완전히 다른 것을 보았다. 나는 혼란스러운 장면들과 과도한 폭력성에 질식할 것 같았지만, 딸은 거기서 예술적 표현과 감정의 폭발을 발견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세대차이란 단순히 나이 차이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의 차이다. 내가 교훈과 의미를 찾는 세대라면, 딸은 경험과 감각을 중시하는 세대다. 나는 모든 것이 명확한 목적과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 반면, 딸은 과정 자체를 즐기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의미를 찾아간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깨달았다. 우리의 차이를 없애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딸이 보는 세상과 내가 보는 세상은 다르지만, 그렇기에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 대화가 가능하다.
다음에 딸이 또 영화를 보자고 하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함께 볼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 영화의 주제가 뭐야?"라고 묻지 않고, "이 영화에서 네가 가장 좋아한 부분은 뭐였어?"라고 물어볼 것이다. 세대차이는 극복해야 할 장벽이 아니라,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결국 영화 '파과'를 통해서 내 안에 있던 고정관념을 보았다. 모든 예술이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모든 경험이 교훈으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관념을. 때로는 그저 경험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을, 20대인 내 딸이 60대인 나에게 가르쳐 준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세대차이는 극복 가능할까? 완전히 메울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간극을 건너기 위한 다리를 함께 만들어갈 수는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오늘 나는 그 다리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