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의 인공지능과의 하루

퇴직 후 만난 AI와의 씨름 현장 만만치 않다


퇴직 후, AI를 향한 첫걸음


공직에서 30년을 근무하고 퇴직한 지 한 달. 내 서재 책상 위에는 이제 보고서 대신 컴퓨터와 태블릿이 자리 잡았다. 타로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난 타로책을 발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작업은 혼자의 힘으로는 하기 어려웠다 AI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그래도 나름 컴퓨터는 겁없이 다룬다고 생각했는데 내게 AI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학원을 알아봤지만, 내 나이의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은 찾기 어려웠다. 결국 선택한 방법은 유튜브였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챗GPT 기초 사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화면 속 20대로 보이는 젊은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노트북을 꺼내 한 글자 한 글자 따라 치며 계정을 만들었다. 첫 시도에서 오류가 났다. 다시 영상을 되돌려 보고, 또 시도했다. 두 번째도 실패. 세 번째 시도에서야 겨우 계정 생성에 성공했다.


다음은 기본 사용법 익히기. "안녕하세요"라는 간단한 인사부터 시작했다. AI가 대답했다. 신기했다.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본격적인 질문을 하려니 막막했다. 어떻게 질문해야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유튜브 영상을 더 찾아보았다. "효과적인 프롬프트 작성법", "AI에게 더 나은 답변 얻는 10가지 방법", "챗GPT로 책 쓰기"... 하루 종일 영상을 보며 메모했다. 눈은 피로했고, 손목은 아팠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저녁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AI에게 질문을 던졌다.


"난 타로책을 쓰고 있어 타로를 배우는 초보자부터 마스터까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어 목록을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


AI의 답변은 놀라웠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웠다. 너무 일반적이고, 딱딱한 느낌이었다. 다시 유튜브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AI 글쓰기 스타일 조정하기"라는 영상을 찾았다.


다음 날, 새로운 지식을 가지고 다시 도전했다. 이번에는 더 구체적으로 요청했다.


"난 타로에 관한 책을 쓰고 있어. 난 타로 초보자야 그런데 타로를 배우면서 느낀 것이 모든 것들이 수박 겉핣기식이다는거야 그래서 책을 집필하기로 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으면 좋겠어."


결과는 훨씬 좋았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그렇게 나의 AI 학습은 계속되었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메모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배우는 과정. 때로는 컴퓨터 앞에서 한숨을 쉬기도 했고, 때로는 작은 성공에 미소 짓기도 했다.


특히 어려웠던 것은 AI의 한계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질문 할당량이 끝나 2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날, 나는 답답함에 창밖만 바라보았다. 내 글의 흐름이 끊기는 기분이었다. 또 다른 날에는 AI가 내 요청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같은 질문을 여러 방식으로 반복해야 했다. 손가락이 아프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느 날은 AI의 답변이 너무 훌륭해서 그대로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내 경험, 내 감정, 내 철학을 담고 있지 않았다. 이때 깨달았다. AI는 도우미일 뿐, 내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두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어느 정도 AI와 친해졌다. 여전히 씨름하는 순간들이 있지만, 처음보다는 훨씬 수월해졌다. 유튜브 영상들을 반복해서 보며 얻은 팁들,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요령들, 그리고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이 과정을 가능하게 했다.


씨름의 현장


아침 일찍 컴퓨터를 켜고 어제 쓰다 만 원고를 열었다. 오늘은 '타로책의 마지막 부분 부록을 작서하고 있다 오늘 기본적인 글은 뽑고 마무리할 생각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AI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


"색깔에 따른 인간의 심리적 변화를 알고 싶어."


AI는 즉각 반응했다. 하지만 그 답변은 너무 일반적이고, 단편저긴 대답, 이 질문도 몇번의 실강이를 해야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좀 더 깊이 있는 철학적 관점에서 답변해줘. 동양과 서양의 노년관을 비교해서."


AI는 다시 답을 내놓았다. 이번엔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백과사전 같은 딱딱함이 느껴졌다. 세 번째, 네 번째... 질문을 조금씩 바꿔가며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 했다. 때로는 구체적인 예시를 요구하고, 때로는 특정 철학자의 관점을 물었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러다 갑자기 화면에 "질문 할당량이 다 되었습니다. 2시간 후에 다시 시도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뜬다. 한창 대화가 깊어지는 순간이었는데. 마치 산을 오르다 절벽에 막힌 기분이다. 시계를 본다. 아직 오전 10시. 이제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2시간 후, 다시 AI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이번엔 조금 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다.


"내가 쓴 글의 일부를 보여줄게. 이것을 동양철학적 관점에서 더 깊이 있게 발전시켜줘."


내 글을 보낸 후, AI의 답변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번엔 내 의도를 완전히 오해한 듯했다. 내가 쓴 글의 맥락은 무시한 채,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수정 요청을 보냈다.


"아니, 내 글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노장사상의 '무위자연'과 연결시켜줘."


이런 식의 오가는 대화가 또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때로는 AI가 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여 탁월한 답변을 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미묘하게 어긋나는 답변들이었다. 마치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단어는 알아듣지만, 문화적 맥락이나 뉘앙스는 놓치는.


마침내 원하는 내용을 얻었다고 생각했을 때, 이번엔 다른 문제가 생겼다. AI가 제공한 글은 논리적이고 정보가 풍부했지만,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내 글의 문체, 내가 평소 쓰는 표현, 내 사고의 흐름과는 달랐다. 이제 이 글을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문장을 하나하나 읽으며 내 표현으로 바꾸고, 불필요한 부분은 삭제하고, 부족한 부분은 추가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AI와의 의사소통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 그리고 AI가 그것을 정확히 이해하게 만드는 것. 이것은 마치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과 비슷했다. 처음에는 서툴지만, 점차 상대방의 '언어'를 배우며 소통이 원활해지는.


앞으로 갖추어야 할 것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것들을 깨달았다.


첫째, 명확한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목소리로 말하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싶은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AI는 나의 생각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내 생각이 명확할수록 AI와의 협업은 효율적이 된다.


둘째, 정확한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AI는 단어 그대로를 이해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내 의도와 맥락을 함께 전달하는 능력이다. 마치 외국인과 대화할 때 문화적 맥락을 설명하듯이.


셋째,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 AI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와 아이디어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정확성, 적절성, 윤리적 측면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AI는 때로 오류를 범하거나, 편향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넷째, 지속적인 학습 의지가 필수적이다. AI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새로운 기능, 새로운 접근법, 새로운 한계점들을 계속해서 배우고 적응해야 한다. 또한, AI가 다루는 주제에 대해서도 나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AI는 도구일 뿐, 나의 지식과 이해를 대체할 수 없다.


다섯째, 창의성과 독창성을 유지해야 한다. AI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생성한다. 진정한 혁신, 완전히 새로운 관점, 독창적인 표현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AI와 협업하되, 내 목소리와 창의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여섯째, 인내심과 유연성이 요구된다. AI와의 협업은 때로 좌절스럽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시도와 조정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인내하며,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할 수 있는 유연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일곱째, 디지털 도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AI만이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도구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활용 능력이 있어야 한다. 파일 관리, 기본적인 편집 도구 사용, 데이터 백업 등의 기술적 지식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덟째, 정보 수집과 리서치 능력이 중요하다. AI는 내게 필요한 정보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 정보의 깊이와 정확성을 확인하는 것은 내 몫이다. 다양한 출처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아홉째, 자료 정리와 체계화 능력이 필요하다. AI와의 대화 내용, 내가 작성한 글, 수집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나중에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고,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균형 있는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AI는 만능이 아니다. 그것의 한계를 인정하고, 때로는 AI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효율성과 인간다움 사이의 균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래를 향한 시선


퇴직 후의 삶에서 AI와 함께하는 이 여정은 나에게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편리한 도구로 여겼던 AI가 이제는 나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물론 여전히 AI와의 씨름은 계속된다.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환호하며. 하지만 이 과정 자체가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퇴직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것처럼, AI 시대 역시 인간성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인간다움을 발견하는 여정일지 모른다.


오늘도 나는 AI와 씨름하며 한 걸음 더 성장한다. 그리고 내일도, 또 그 다음 날도. 이 씨름의 과정이 결국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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