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동상이몽

단 하루의 새벽작업으로 하루를 잃었다 이제는 육신과 합의를 봐야하나


오늘도 어김없이 나와의 싸움은 계속된다.


어젯밤 새벽까지 글을 쓰며 마지막 부분만 남겨두었다. 침대에 누우면서 다짐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 마무리하고 편집까지 끝내자." 그 다짐은 얼마나 진실했던가. 내 마음속에선 이미 완성된 글이 선명하게 그려졌고,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올 문장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침이 오자 몸은 마음의 열정을 배신했다.


몸이 무겁다. 머리는 흐릿하고 등은 아프다. 커피 한 잔으로도, 차가운 물 한 컵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무기력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조금만 더 쉬자'는 작은 목소리가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녔다. 그렇게 아침은 오후가 되고, 오후는 저녁이 되었다.


저녁 9시가 되어서야 책상 앞에 앉았다. 창밖은 이미 어둠에 잠겼고, 마감 시간은 다가오는데 내 손가락은 아직도 무겁다. 마음속에서는 다그침과 자책이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왜 이럴까? 나이가 들어서? 아니면 내 의지가 약해서?"


이런 자책감은 글쓰기보다 더 큰 에너지를 소모한다.


우리는 종종 자신을 하나의 완전한 개체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 안에는 여러 자아가 공존한다. 창작하고 싶은 열정적인 마음, 쉬고 싶은 지친 몸,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의식.


몸과 마음이 다른 욕구를 가질 때, 우리는 그것을 '동상이몽'이라고 부른다. 같은 이불을 덮고 자면서도 다른 꿈을 꾸는 것처럼, 하나의 육체 안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는 의지와 현실.


나는 오늘도 그 갈등의 한가운데 서 있다.


어쩌면 이런 모순이 인간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일치된 상태란 불가능한 이상일 뿐. 몸이 피곤할 때 마음만 열정적이라고, 혹은 의지가 약하다고 자책할 필요가 있을까?


요즘 들어 자주 느끼는 것은, 이런 불일치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더 생산적이라는 점이다. 마음이 원하는 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나의 실패는 아니다. 그저 인간이기에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때로는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의 채찍질보다, 잠시 멈추어 쉬는 것이 더 긴 여정을 가능하게 할 때가 있으니까.


오늘 하루 종일 느낀 무기력함과 자책감, 그리고 이제야 키보드 앞에 앉은 이 순간까지. 모든 것이 내 삶의 일부다. 완벽하지 않아도,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그것이 나의 여정이다.


나이가 들수록 몸과 마음의 불협화음은 더 커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지혜 또한 깊어진다. 오늘 하루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고 해서, 내일까지 망치는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순간, 늦은 시간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나 자신을 용서한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노력이었다. 내일은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것이고, 몸과 마음은 또 다른 대화를 나눌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우리의 삶이 된다. 완벽한 조화보다는 끊임없는 대화가, 우리를 더 깊은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오늘의 나에게,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괜찮다. 우리는 모두 같은 여정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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