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성원으로 재진입을 위한 몸부림
오늘은 문해교육사 자격증 수료식이 있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를 마치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모인 사람들의 면면이 특별했다. 참석자의 80%가 퇴직교사이거나 공공기관 퇴직자였고, 100%가 교원자격증을 가진 이들이었다. 모두 인생의 새로운 한 발을 내딛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실습과 이론 교육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소회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어쩔 수 없는 '경력단절'의 향기를 맡았다. 그것은 익숙한 냄새였다. 나 역시 그 행렬에 서 있었으니까.
67시간 동안 이어진 빡센 실습과 이론 교육을 마무리했지만, 한 사람도 일자리를 찾아가는 사람은 없었다. 많이 허탈했다. 공허함이 밀려왔다. 이 감정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교단에서 공직에서 수십 년을 바친 사람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사회로 환원하기를 원했다.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문해교육사 자격증은 그 열정을 이어갈 새로운 통로가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수료증을 손에 쥐었지만 그것이 곧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훈련 과정 내내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학습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교수법을 익히고, 교재를 분석하고, 수업을 설계했다. 젊은 교사들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공부했다. 그러나 수료식장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다시 '실업자'였다.
"나이가 많아서..." " 이미 다른사람들이 자리를 차지 하고 있어서..."
입에 담기도 싫은 말이지만,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능력은 여전히 넘치는데, 나이라는 이유 하나로 기회는 제한된다. 4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쳤던 경험, 학부모를 상담했던 지혜, 공직의 경험들이 단지 '퇴직자'라는 이유로 무가치해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문해교육은 특히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다. 인생의 굴곡을 겪어본 우린 이들과 함께 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사람들이 아닐까? 젊음보다 경험이, 새로움보다 이해심이 더 필요한 영역이 아닐까?
그런데도 일자리는 없었다. 모두가 수료증만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수료식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기로 했다. 문해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여전히 배움을 갈망하고, 성장할 수 있으며, 사회에 기여할 의지가 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교실 밖에서도 빛날 수 있다. 공공도서관, 지역 문화센터, 복지관, 심지어 온라인 플랫폼까지. 가르침의 장은 어디에나 있다. 이제 우리가 직접 그 자리를 만들어야 할 때다.
퇴직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보여주자. 경력단절이 단절이 아니라 전환의 시간임을 증명하자. 나이가 많다는 것이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 될 수 있음을 알리자.
오늘 수료식장에서 만난 많은 동료들이 허공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기를 바란다. 나 역시 그 길에 동참할 것이다.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퇴직 후의 인생은 여전히 아름답다. 새로운 한 발을 내딛는 용기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