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던 자동차의 바퀴가 갑자기 멈춰선 느낌을 당신은 아는가
오랜 시간 공직에 몸담았던 나.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며 사회에 기여한다는 확신과 함께 살아왔다. 그러나 퇴직 후, 블로그와 유튜브 그리고 강사 활동이라는 새로운 삶의 영역으로 발을 내딛었지만,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왠지 모를 무거움이 가슴을 짓누른다. 창밖은 여전히 밝고 세상은 돌아가는데, 나만 그 속도에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
어제도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공무원 시절엔 명확했던 내 위치와 역할이 지금은 안개 속에 가려진 듯하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강의를 하며 지식을 나누는 일. 모두 의미 있는 활동임에도 왜 이토록 마음이 무거운 걸까?
30년 넘게 공직 생활을 하며 형성된 정체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매일 아침 출근하며 느꼈던 소속감, 업무를 완수했을 때의 성취감, 동료들과 나눈 소소한 일상의 대화. 퇴직 후에야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나를 지탱해주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블로그와 유튜브, 강의는 분명 새로운 도전이고 보람찬 일이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공직 생활에서 느꼈던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더 이상 조직의 일원으로서가 아닌, 온전히 '나'라는 개인으로서 세상과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때로는 버겁게 느껴진다.
공직 생활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 매년 평가가 있고, 승진의 기회가 있었으며, 월급날이 되면 어김없이 통장에 급여가 들어왔다. 그러나 지금의 활동들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블로그의 조회수, 유튜브의 구독자 수, 강의 요청... 이 모든 것들이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렇게 계속해도 괜찮을까?", "내가 정말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걸까?", "나이가 들어가는데 이런 활동들이 얼마나 더 가능할까?" 이런 질문들이 잠들기 전 머릿속을 맴돈다.
공직 생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안정된 루틴이었다. 출근 시간, 퇴근 시간, 회의 일정, 보고서 제출 기한... 이런 외부에서 주어진 구조가 일상을 단단하게 지탱해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일정과 루틴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 자유로움이 때로는 방향성을 잃게 만들고, 그 결과 하루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이어진다.
우울함의 근원을 들여다보니, 많은 부분이 과거의 정체성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는다. 공무원으로서의 '나'는 이제 과거의 한 장이 되었고, 지금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교육자로서의 새로운 '나'를 심고 키워가는 과정이다.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마다,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할 때마다, 강의를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마다 - 이 모든 순간들이 새로운 정체성의 씨앗이 되어 내 안에 뿌리내리고 있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이 씨앗들이 튼튼하게 자랄 때까지의 인내와 믿음일지도 모른다.
공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소속감과 유대감. 이것을 대체할 새로운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겠다. 같은 분야의 크리에이터들과의 모임, 퇴직 공무원들의 네트워크,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의 정기적인 만남 등 다양한 관계망을 구축하며 소속감을 회복해나갈 것이다.
인간은 결국 관계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행복을 찾는 존재이니까. 혼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콘텐츠를 만드는 시간보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시간 속에서 더 큰 기쁨과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명확한 목표 설정을 통해 방향성을 잡을 수 있다. 월별 블로그 포스팅 수, 분기별 유튜브 구독자 증가 목표, 연간 강의 횟수 등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목표가 단순히 숫자적인 성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와 메시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유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양보다는 질, 도달보다는 영향력에 무게를 두고 싶다.
자유로운 생활이 주는 불안정감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에게 체계적인 루틴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콘텐츠 제작 시간, 자기 개발 시간, 휴식 시간 등을 명확히 구분하여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갈 것이다.
특히 공직 생활에서 익숙했던 '출근'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여,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작업실로 '출근'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이렇게 외적인 구조를 만들어가면서 내면의 안정감도 함께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
퇴직 공무원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 교육자로의 전환. 이 여정은 분명 순탄치만은 않다. 때로는 과거를 그리워하고, 때로는 현재에 의문을 품고, 때로는 미래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30년이 넘는 공직 생활 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혜는 분명 소중한 자산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오늘의 우울함과 고민들이 결국은 더 깊고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모든 창조적인 활동은 결국 내면의 충실한 탐색에서 비롯되는 법이니까.
아직은 낯설고 때로는 버거운 이 여정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정체성 속에서 편안함과 자신감을 찾게 될 것이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단단하고, 더 지혜롭고, 더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미 내 마음 한켠에서는 작은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우울함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