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기 전날 밤처럼 잠 못 드는 밤

나타샤로 틔우는 나의 꿈

by 시가 별빛으로 눕다

1. 설렘이라는 이름의 불면

시계 초침 소리가 이토록 선명하게 들리는 밤이 얼마만인가. 창밖의 어둠은 짙어만 가는데, 내 안의 등불은 자꾸만 빛을 더해간다. 14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으며 수만 개의 문장을 길어 올렸던 작가로서의 삶. 그 시간 동안 나는 꽤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다. 어떤 마감 앞에서도, 어떤 독자의 비평 앞에서도 초연할 수 있는 관록이 생겼다고 믿었다. 하지만 내일 있을 'KPO 명강사 협회'에서의 첫 강의를 앞둔 오늘 밤, 나는 다시 영락없는 열 살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 버렸다. 소풍 가기 전날 밤, 머리맡에 새 운동화와 배낭을 챙겨두고 몇 번이고 확인하며 잠 못 들던 그 순수한 들뜸이 온몸의 혈관을 타고 흐른다.

퇴직이라는 단어는 사회적으로 '물러남'을 의미한다. 하지만 나에게 퇴직은 마침표가 아니라 거대한 쉼표, 혹은 새로운 문단으로 넘어가기 위한 '행 바꿈'이었다. 현직에서의 소임을 다하고 마주한 첫 새벽, 나는 두려움보다 해방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 그 해방감은 '강사'라는 새로운 이름을 입고 뜨거운 열망으로 치환되었다. 책 속에 갇혀 있던 나의 언어들이 누군가의 눈빛에 가 닿고, 그들의 심장을 두드리는 생생한 울림이 되는 장면을 상상한다. 그 상상만으로도 심박수는 이미 적정 궤도를 이탈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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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백석, 그리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내일 내가 강단에서 풀어낼 타래는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다. 그리고 그 시의 행간에 숨겨진 '꿈'에 대한 이야기다. 왜 하필 백석이었을까. 아마도 그가 노래한 '나타샤'가 단순히 사랑하는 여인을 넘어, 우리가 평생을 바쳐 쫓아야 할 어떤 고결한 가치와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백석은 가난하고 고립된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나타샤를 꿈꿨다. 눈이 푹푹 나리는 밤, 현실의 고단함을 뚫고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고 속삭이는 그의 문장은 서글프지만 찬란하다. 나 역시 그랬다. 14권의 책을 쓰는 동안 때로는 고독했고, 때로는 문장의 벽 앞에 좌절했다. 하지만 내 안에도 늘 나만의 나타샤가 살고 있었다. 그것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갈망'이었고, '나의 글이 누군가의 어두운 밤을 밝히는 작은 촛불이 되길 바라는 소망'이었다.

이제 나는 그 소망을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려 한다. 종이 위에서만 존재하던 나의 철학을 강연장의 공기 속으로 흩뿌리는 일. 청중들의 눈동자 속에 담긴 저마다의 나타샤를 일깨워주는 일. 그것이 내일 내가 수행해야 할 가장 아름다운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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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가 꿈꾸는 '꿈'의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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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2년여 동안 요양시설에서 치매 노인들과 함께 하였고 현재는 AI,인권, 노인의 성,치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의와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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