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낯선 기술, 익숙한 깨달음의 시작
나는 열네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은 베테랑 작가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한 『손주보다 쉬운 AI 사용법』은 그 어떤 책보다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을 쓰는 여정은, 사실 '늙은 작가'로서의 좌절감에서 시작되어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진 한 편의 드라마였으니까.
몇 해 전, 나는 내 손주와 함께 식당에 갔다. 녀석은 익숙하게 스마트폰을 꺼내 QR코드를 찍어 메뉴판을 열고, 주문까지 척척 해냈다. 나는 그 모습을 그저 신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녀석의 작은 손가락이 터치 한 번으로 세상을 바꾸는 마법을 부리는 동안, 나는 여전히 종이 메뉴판을 기다리는 '어른'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손주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세상의 시민이었지만, 나는 그 세상에 뒤늦게 편입된 이방인에 불과했다. 나는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작가로서 '문해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지만, 정작 디지털 세상에서는 '문맹'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젊은이들이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며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그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했다. 이미 열네 권의 책을 쓴 작가에게,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일은 피곤하고 귀찮은 일로만 느껴졌다. "이제 와서 뭘 더 배워"라는 내 안의 낡은 목소리가 나를 지배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브런치에 연재 중인 <다시 초등학교에 입학하다> 시리즈를 쓰면서, 나는 '졸업과 입학'이 반복되는 삶의 순환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퇴직 후 다시 사회초년생의 마음으로 돌아가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이 "작가님, AI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는데요?"라고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내 심장을 꿰뚫었다. '글을 쓰는 AI'라니! 나는 평생을 글과 함께 살아온 사람으로서, 알 수 없는 위기감과 동시에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내 영역이 침범당하는 듯한 불쾌감도 잠시, '나도 저것을 알아야겠다'는 오기가 불쑥 솟아올랐다.
그것은 마치 번데기가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는 순간과 같았다. '나는 이미 충분히 아는 사람'이라는 낡은 껍데기가 비로소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나는 몰라도 돼'라고 외면할 수 없었다. 내 손주가 자연스럽게 세상을 탐험하는 그 새로운 도구를, 나도 이해하고 싶었다. 단순히 호기심을 넘어선,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책임감 같은 것이었다.
AI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막막했다. 인터넷 강의를 찾아보고 젊은이들이 쓰는 용어들을 접했을 때, 나는 다시 한번 '어른 문맹'의 한계를 절감했다. 어려운 기술 용어와 복잡한 설명들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암호와도 같았다. "대체 누가 좀 쉽게 설명해 줄 사람은 없나?"
그때 문득 내 손주가 떠올랐다. 손주에게 무언가를 설명할 때는 최대한 쉽고, 단순하고, 재미있게 말해주지 않던가. '그래, 손주에게 설명하듯 AI를 배우고, 또 손주에게 설명하듯 책을 쓰면 되겠구나!'라는 아이디어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기획의 핵심은 명확해졌다.
독자층: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디지털 소외 계층, 혹은 AI가 낯선 모든 사람.
콘셉트: '손주에게 말하듯', '초등학교 입학생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고, 실용적인 AI 안내서'.
목표: AI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실제 생활에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나는 마치 새로운 학용품을 받은 초등학생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AI 학습에 매달렸다. 유튜브를 찾아보고, 관련 기사를 읽고, 직접 여러 AI 도구들을 사용해 보았다.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용어들은 손주에게 물어보며 이해했고, 복잡한 기능들은 메모지에 한글로 풀어서 적었다. 챗GPT에게 질문하는 법을 익히고, 이미지 생성 AI로 그림을 만들어 보면서, 나는 점차 AI라는 거대한 문명이 생각보다 친절하고 유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모든 과정이 마치 '다시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새로운 과목을 배우는 것과 같았다. 어렵지만 재미있고, 서툴지만 흥미진진했다. 나는 이 배움의 여정을 나 혼자만 간직할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손주보다 쉬운 AI 사용법』이라는 책의 씨앗이 내 마음속에 단단히 심어졌다.
AI를 배우면서 나는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선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시켜주는 도구라는 것. 작가로서 나는 AI가 글을 쓸 때 아이디어를 얻고, 자료를 찾고, 문장을 다듬는 데 놀라운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림을 그리는 AI는 나의 상상력을 시각화해주는 훌륭한 파트너였다.
이 깨달음은 책의 기획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AI 사용법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작가로서' AI를 어떻게 활용했고 어떤 통찰을 얻었는지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어른 세대에게 AI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잃어버렸던 삶의 활력을 되찾아주고, 새로운 창작의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선물이라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책의 제목처럼, '손주보다 쉬운' 방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AI와 친해지고, 그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과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깊은 동기이자, 치열했던 기획 과정의 유일한 나침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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