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졸업하고 다시 입학하는 나의 일상

by 시가 별빛으로 눕다

어느덧 환갑을 훌쩍 넘긴 내 인생은 한 편의 끝없는 졸업식과 입학식으로 점철되어 왔다. 나는 매일 무언가를 졸업하고, 다시 매일 새로운 것에 입학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익숙했던 교실을 떠나 낯선 교문을 들어서는 아이처럼,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감정으로 오늘을 마주한다. 브런치에 쓰는 이 글 또한, 어제의 나를 졸업하고 오늘의 새로운 나를 기록하는 작은 입학식일 것이다.


1. ‘졸업’이라는 이름의 등교 거부

졸업은 늘 축제처럼 포장되지만, 내게는 때로 등교 거부와 같은 것이었다. 한 시대가 끝나고 다음 시대로 떠밀려 갈 때마다, 나는 익숙한 교실의 난로 옆에 쪼그리고 앉아 차라리 시간이 멈춰주기를 바랐다.

첫 번째 졸업은 초등학교 졸업식이었다. 콧물을 훌쩍이며 중학교 교복을 입고, 왠지 모를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후로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을 졸업했으며, 30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마침내 졸업했다. 각 졸업식마다 나는 홀가분함과 함께 미지의 세계가 주는 막연한 공포를 느꼈다. 낯선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피로감은 늘 나의 어깨를 짓눌렀다.

직장에서의 졸업은 특히 그랬다. 매일 아침 출근하던 발걸음이 사라지고, 명함에서 직함이 지워진 순간, 나는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듯한 상실감에 휩싸였다. 수십 년간 나를 규정하던 '회사원'이라는 껍데기를 벗자, 그 안에 웅크리고 있던 벌거벗은 '나'가 드러났다. 사람들은 '자유'라고 했지만, 나는 그 자유가 마치 망망대해에 홀로 던져진 표류인의 그것처럼 느껴졌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가슴은 낡은 교실의 온기를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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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2년여 동안 요양시설에서 치매 노인들과 함께 하였고 현재는 AI,인권, 노인의 성,치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의와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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