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렵네요. 큰 아이는 이번에도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작년 2월에 졸업을 하고 같은 해 8월, 그리고 올해 3월과 8월 총 세 번에 걸친 도전이었습니다. 지난 3월까지만 하더라도 아이는 본인이 준비가 덜 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8월 시험에서는 어느 정도 가능성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것을 옆에서 고스란히 지켜봤기에 안타깝습니다.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주어야 하는데, 고생했다는 말밖에는 해 줄 말이 없습니다.
아이는 기업체 취업을 고려해 봐야 할지 고민합니다. 하반기 채용이 끝난 시점에서 채용공고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있는 곳도 기업에 맞는 스펙과 인턴경력이 없는 아이가 지원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나마 전공이 경영학이라는 것, 그 전공이 싫어 경찰공무원을 준비했던 아이는 전공이 스펙이 되어 어디라도 지원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임용시험 준비에 몰두하느라 기업에 맞는 경력을 쌓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인턴 경험과 기업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숙고 끝에 내년 임용을 다시 도전해 보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아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 말고 며칠 동안 푹 쉬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쉬지를 못합니다. 습관이 이렇듯 무서운 것 같네요. 밤늦게까지 이것저것, 여기저기 알아보면서 자신을 탐색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새로 시작된 탐색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재미있어하는지 잘 들여다보고 길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 길을 가고 싶다면, 저희 부부는 끝까지 아이를 믿고 밀어줄 생각입니다. 천천히 가지만, 결국은 해내는 대기만성 기질, 바로 저를 닮았으니까요.
최근 한 시사고발프로그램에서 청년들의 은둔을 다룬 내용을 보았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쉬었음’을 넘어 세상과 단절해 가고 있는 청년들이 70만에 가깝다고 합니다. 아이가 실패로 인해 깊은 침잠으로 들어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긴 인생에서 이 시간은 어쩌면 짧은 순간일 수 있습니다. 부디 이 실패경험이 아이에게 큰 좌절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빕니다. 이 시간을 잘 견뎌주기를 기도합니다.
아이들이 생일 선물해 준 ‘김창옥쇼’를 다녀왔습니다. 2시간 넘는 시간을 원고도 보지 않고 온전히 토크만으로 청중을 집중시키는 능력에 놀라웠습니다. 시간이 지난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토크 내용이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많이 접한 내용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아마 원고를 보지 않고도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같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콘텐츠의 무한반복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갖고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머와 재치 있는 말, 그리고 과거 그가 살아온 지난한 삶을 통해 얻은 치유 방식 등 말이지요.
학교 밖을 나간다면 무슨 일을 하고 살아야 할까 막연한 불안을 안고 삽니다. 내가 배운 지식과 기술로 대중강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하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토크쇼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현장에서의 리얼리티를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목적에 불순한 의도가 있으니 힐링도, 그렇다고 지적 욕구도 충족시키지 못한 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작은 아이는 2학기 중간고사를 보면서 9월 모의고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9월 모의고사는 수시 원서를 쓰는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학사 일정이 촉박하니 어쩔 수 없겠구나 생각은 하면서도 중간고사를 같은 시기에 봐야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부담입니다. 수시성적에 반영되지 않지만,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간고사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재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 상관없지만, 역대급 N수생의 증가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2025년 수능 N수생은 거의 18만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역대 최대가 될 것 같습니다. 일단 9월 모의고사에 집중하고 수시원서를 전략적으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악뮤 아빠 성근이를 만났습니다. 시간을 훌쩍 건너 이제 50대 아저씨 아줌마가 된 모습으로 말이지요. 35년 전으로 돌아가 소년, 소녀가 되어 추억을 되살려 봅니다. 각자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재구성된 기억들을 맞춰보며 ‘그때는 이랬지’ 회상합니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들을 풀어내다 보니 이틀 동안의 시간이 모자랍니다. 마치 남사친이 아닌 여고생 세 명이 만난 것 마냥 허물없는 수다가 이어집니다.
우리의 관심은 과연 악뮤의 천재성이 유전인가라는 데 집중되었습니다. 그 시절 통기타를 메고 다니면서 교회에서 특송을 부르던 친구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저렇게 대단한 재능을 물려줄 만큼이었는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결론은 어느 정도 유전적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제 기억에는 없지만 그 시절 작곡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성가를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후 선교사로 사는 동안 아이들에게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던 것도 재능을 키우는 데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의 유전적 재능과 환경 모두가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무엇을 물려주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엄친아, 엄친딸이 이찬혁 이수현이라면서 신기해합니다. 아직 자신의 진로를 제대로 찾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엄친아, 엄친딸의 어마어마한 이력이 부러운 모양입니다. 그들의 재능이, 그리고 그 재능을 발휘하면서 살 수 있는 삶이, 상대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겠지요. 뛰어난 재능도, 그렇다고 좋은 환경도 만들어 주지 못한 부모는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믿습니다. 고군분투가 조금 길어지고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가겠지요. 친구를 만나고 돌아와 악뮤의 노래를 들으며 힐링을 합니다. 친구 자식이라 생각하니 더욱 친근하고 내 자식 같은 마음이 듭니다.
무덥고 힘들었던 8월이 가고 9월이 되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이미 계절을 앞서 가고 있습니다. 다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방학 동안 출간작업을 위한 원고 쓰기와 논문 한 편을 완성했습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리다 보니 막상 개강을 앞두고 에너지가 고갈되고 말았습니다. 해야 할 일과 아이들에 대한 생각 그리고 소소한 걱정들을 잠시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가 쉬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립니다. 저도 아이들도 그리고 장미색비강진으로 힘들어하는 남편도 요즘 유행하는 말로 ‘디톡스’가 필요합니다.
‘디톡스’는 해독(解毒, 영어: detoxification, detox 디톡스)으로 해석되는 말로 ‘인체 내에 축적된 독소를 뺀다’는 개념으로 대체 의학적 요법을 말합니다. 유해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장이나 신장, 폐, 피부 등을 통한 노폐물의 배출을 촉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마음속의 유해물질인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날려버리는 것도 해당합니다. 현재 우리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 바로 ‘디톡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