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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벗 Jan 10. 2023

기술 변화가 빠른 시대에 젊음은 막강한 권력이 된다

이제 기술은 '나이듦'을 차별합니다 


모든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시작하고 싶은 가정이 있습니다.


‘모든 구조는 차별적이다’


사실 정의상(by definition) 그럴수도 있습니다. 모든 개체들에게 질서를 부여합니다. 쉽게 말하면 줄서는 규칙이 있고(구조), 개체는 이 규칙에 따라 줄을 서게 되죠(질서). 중립적인 규칙이나 구조란 것은 없습니다.

책을 배열하는 방식을 얘기해볼까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저자의 이름으로 배열한다면, 이름이 빠른 저자가 이득을 보게 됩니다. 주제순으로 정리한다면, 또 먼저 배열된 주제의 저자들이 이득을 보개 되겠죠. 색깔로 배열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이 만든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구조는 기본적으로 나이많은 이에게 유리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쌓아야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오랜 시간동안 영향력, 인맥, 지식, 지혜, 돈, 역량 등을 키워왔다면, 게임의 규칙상 이를 쉽게 뒤집을 수 없습니다. 도제식 교육방식이나 주입식 교육방식이 유효한 것은 이런 사회 구조속에서 입니다. 오랜시간 축적한 지식, 지혜를 전달하기 위해 젊은 사람의 뚝배기를 깨는 거죠.


기술 구조 역시 항상 차별적이었습니다. 에너지지나 자원에 대한 접근, 그리고 이를 가공하는 방식 등이 인간사회의 서열과 갈등해결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죠. 돌로 무기를 만든 인간은 청동으로 무기를 만든 인간에게 이길 수 없고, 철로 만든 무기를 가진 인간이 모두를 이기죠.


인류 역사상 거의 대부분의 기간동안, 기술산업은 기본적으로 B2G 산업이었습니다. 기술우위는 국제정치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죠.


기술산업이 B2C 산업이되고, 인간의 삶 또한 극심하게 개인화될 때, 그리고 기술의 변화가 매우 빨라질 때, 기술 구조에 한해 권력의 전이현상이 일어납니다. 정말 흥미로운 일입니다. 여전히 영향력, 인맥, 지식, 지혜, 돈, 역량은 쌓을 수 있지만, 이제 갈수록 기술은 일종의 턴키(turn-key)나 입장권과 비슷한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핸드폰이 없는 자는, 핸드폰으로 이뤄지는 모든 디지털 생태계의 변화를 경험할 수 없고, 뒤쳐지게 됩니다. 그리고 핸드폰에 다른 것을 대입해도 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의 서비스 명칭을 넣어도 좋고, 핀테크, 메타버스, 웹3.0 등 기술 또는 기술패러다임의 명칭을 넣어도 됩니다.


아마 세계2차대전 전까지는, 나이 든 인간이 어떤 시스템의 기본 사용방법을 몰라서 젊은이에게 배워야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는 키오스크를 쓸 줄 모르시는 어르신들이 시스템에서 소외되고, (상대적) 젊은이에게 배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죠.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35세 이후에 개발된 시스템을 거부하는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35세 이후에 새로운 종류의 서비스를 써보신 적 있으신가요? 35세 이후에 새로운 장르의 음악이나 드라마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35세”라는 나이는 개인의 노력이나 사회 전체의 기술문화력으로 얼마든지 높일 수 있겠습니다만,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미디어친화력 및 학습력’이 감소한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힘의 역전은 바로 여기에서 일어납니다.


인류는 빠른 속도로 기존 지식을 업데이트, 수정, 삭제, 새로쓰며 새로운 지식을 쏟아내고 있고, 가장 빠른 변화는 디지털로 접할 수 있습니다. ‘미친 학습력’과 맥북 하나만 있으면 작은 분야 하나 골라 몇개월, 몇년 안에 준전문가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변화가 빠른 기술 분야에서는 이 차이점이 더 극대화됩니다.

‘웹3.0’의 변화의 한복판에 있는 젊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책 몇권 읽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 감각, 인맥 등을 빠르게 축적할 수 있을 겁니다. 특정 기술은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버리고, 키오스크처럼 새로운 디바이스를 통해 기존 사용자를 소외시키고 적응력이 뛰어난 사용자에게 막대한 권력을 부여하게 될 겁니다. 애플의 디바이스들이나 전기차, 앞으로 빠르게 혁신될 것으로 보이는 AR, VR 등의 디바이스들도 동일합니다. 사용자 경험의 총량과 감각은 기술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칠텐데, 이것도 기본적인 신체적인 조건이 받쳐줘야 가능할 겁니다.


인간의 삶이 갈수록 디지털화될 것이라는 것이 거의 기정 사실인 현재 시점에서, 가장 힘이 센 세대는 가장 어린 세대, 디지털화가 가장 높은 시절에 태어나 막강한 적응도와 활용력을 보이는 세대가 아닐까요?


기술 변화가 빠른 시대에 젊음은 막강한 권력이 된다.


제가 젊었다면, 본업이 기술과 연관이 있느냐 아니냐와는 관계 없이 기술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같습니다. 기술이 중요하다고해서 꼭 엔지니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엔지니어가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기술 적응자와 기술 부적응자는 부족처럼 아예 갈리게 될 것 같습니다. 접속되어 있는자, 접속을 거부한 자, 계속 업데이트하는 자, 업데이트를 거부한 자.


읽었다라고 말하기 좀 민망한, 최근에 접한 어떤 책은 (제 독해력으로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디지털 이전 시대의 인간이 만들어낸 지식은, 디지털 이후 시대의 인간에게 적용할 수 없을 것이다.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은 인간 자체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지식은 디지털 생태계에서 만들어질 것이고, 디지털 생태계에서 유통되지 않을까요?


무조건 기술을 덮어놓고 비판하고 핸드폰이랑 자가용 안쓰는 (과거, 일부 인문학의) 접근법은 일단 쓰레기통에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디지털 디톡스 정도로는 아무것도 안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기술을 추앙하며 마치 기술변화만이 인간 경험을 혁신할 것처럼 보는 나이브한 기술만능주의도 경계해야 합니다.


기술 변화의 한복판에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감각을 갖추고, 인간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기술을 비판하며, 기술이 인간을 돕는 세계를 만들어가는데 일조할 수 있는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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