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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수 Jul 12. 2023

브런치에 저장된 글

과거와 만났다. 이 느낌은 그리움인가 반가움인가?

친정아버지 90 맞이 생신에 그려준 울 딸 그림


큰 아이가 90 맞이 나의 아버지 생신 기념으로 우리 형제들을 그려줬다.

그때 따듯하게 느낌 잘 살려 우리 형제들을 그려준 큰 딸 이야기를 자랑하려고 글을 좀 쓰다가 말고 나중에 다시 이어서 써야지 했었는데 어느 사이 3년이 흘렀다.


아버지는 90 맞이 생신상을 어머니와 함께 마지막으로 받으시고 그 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다음 생신전에 돌아가셨다.


이제야 심호흡을 하고 저장된 글을 꺼내 보았다.


그때 제목은 아버지 고생하셨어요. 생신축하드려요.

뭐 그 정도로 써 놓고 우리 아이가 보는 아버지의 자식 4형제는 이런 모습이 재미있다는 내용으로 쓰다 말았었는데 지금에서 보니 흘러간 구름 보는 느낌에 지워 버렸다.


새삼 아버지 인생에서 내가 차지했던 비중과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우리 아이들의 비중을 생각해 보며 난 아버지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던가를 생각하게 된다.


까칠한 아버지였지만 부성애가 찐이셨다.


난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그런 내가 큰아이를 낳고 느낀 소중함과 즐거움의 무게는 무슨 저울로도 측정할 수 없었다.

경험도 없어 정신없고 힘들었지만 난 더 벼텨낼 수 있었고 버텨내는 과정은 신비롭고 새로웠다.

하루하루 새롭게 천천히 지나간다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어느새 둥지를 떠날 날갯짓을 하고 있다.

내 둥지가 되어준

부모님을 다 떠나보내고 나서 감정적으로 힘들었지만

내겐 내 자식들이 있어 힘든 모습을 마음껏 드러 낼 수가 없어서 오히려 잘 이겨 내고 있는 것 같았다.


부모님이 먼저 돌아가시는 건 당연한 이치이니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담담하게 내 생활에 지장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나를 보내고 겪을 상실감을 줄여 줄 수 있다면 지금 내 모습이 아이들에게 교훈이 되어 줄 수 있게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무너지는 상태를 바로 세우는 동안 나를 추스를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슬픔은 당연하니 참지 말고 쏟아 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며 이랬다 저랬다 하는 중이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나 했는데 작은 아이의 기쁜 진학 소식에 다시 부모님이 생각이 났다.

이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고.

누구보다도 이 소식을 좋아하셨을 아버지가 더욱 그리워졌다.


글로 풀어 볼까 브런치를 열었다가 아버지에 관련된 나의 저장된 글을 보고 꺼내어 읽다가 지우고 아버지의 그리움을 여기다 쏟아붓는 중이다.


공학적인 머리도 좋으셨고 예술적 감각도 남 다르셨다.

집안형편상 공부를 못하신 아버지의 한은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난 알고 있었다.

예민하지만 센스 있으셨고 자식들의 앞날에 대한 고민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의논해 주셨다.

아버지와 의논은 소중한 상담이 되었고 아버지의 조언은 늘 내게 힘을 실어 주셨다.

아버지의 비난 때문에 상처받기도 했지만 나의 아버지니까 아버지가 보내 주신 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잠깐 속상하고 털어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구에게 조언을 해줄 때 비난이 내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그 사람과의 쌓아온 관계가 있을 때 조언의 역할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는 걸 나이 50이 넘어야 깨달았다.


조언과 비난의 구별은 말하는 사람은 모르고 받는 사람만이 안다.

그건 신뢰가 쌓여 있는가에 따라 판단기준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부모와 자식 간의 수많은 다툼의 원인은 신뢰가 바탕에 있다면 적당한 선에서 극복이 가능하다.


육아란 신비로운 경험이긴 하지만 힘들 땐 참 많이 힘들다.

애정을 너무 과하게 줘도 문제고 너무 덜 줘도 문제고 중도를 지키며 필요할 때 손잡아줘야 하는 육아는 힘이 든다.

과하지 않게 부족하지 않게 누군가의 둥지가 되어 줄 수 있는 부모의 역할이 이제는 조용한 기다림으로 바뀌어 가는 것에 감사함과 무상함을 생각하게 된다.


광속으로 치닫는 나의 인생길에 내 상태는 점점 느려지기만 한다.


먼저 길 떠난 부모님들께 광속의 속도로 다가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나의 아이들 걱정이 눈에 아른 거리는 건 너무 앞서서 우울증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 같아 정신을 가다듬지만 결국 지금 가진 몸뚱이가 가는 길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겠는가.


좀 더 잘 써먹고 가자.

다독다독

오랜만에 용기 내어 마주한 과거와 앞으로 만날 나의 모습에 긍정의 요소를 부여하며 지금을 살아야 한다고 가족들이 들을까 내게 소곤소곤 얘기하며 기운을 북돋아 주고 싶다.


작은아이의 기쁜 소식에 기뻐하실 아버지얼굴이 보고 싶지만 내 머릿속으로 충분히 그려보며 내게 스스로 다독거려 준다. 

후회 없이 잘 살자.

어떻게? 글쎄.

많은 생각 말고 지금 해야 되는 것 해보자.

그러다 보면 오늘 하루 잘 살게 되고 순간 수간 잘 살게 되지 않을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렇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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