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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수 Aug 02. 2022

sin x , cos x, tan x

삼각비에서 단순함을 배운다

 

초등학생들이 만든 도형들

요즘은 중 3 2학기 때 삼각비를 배운다.

라테는~ 삼각비를 고등학교 가서 배웠던 거 같은데 요즘은 중 2 2학기 때 피타고라스 정리를 배우고 그걸 바탕으로 중3 과정에서 삼각비를 배우니까 중 2 때부터 피타고라스가 우리들을 괴롭힌다는 둥 삼각비를 배워서 무엇하냐는 둥 수학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하나의 요소가 된다.

비율이라는 개념이 의외로 아이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진다.

분수를 잘 배웠지만 분수를 약분하여 기약 분수로 만든다는 사실을, 기계적인 계산은 하지만 삼각비와 같이 닮음을 이용해서 실제 길이를 구할 수 있다는 개념과 연결시키기는 일반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꼭 분수와 비교하여 삼각비를 설명하면 한 번쯤 귀귀 울여 들어는 주지만 그래서?라는 표정이다.

그래도 언젠간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서 삼각비가 삼각함수와 함께 고등학교 과정에서 고통을 줄 때 좀 더 단순하게 이해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내 나름대로 쉬운 예를 들어 설명을 해 준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아이들이 중3 2학기 과정을 나가기 전 목차를 훑어 주면 그 가운데 삼각비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맨트를 한다.

" 아 드디어 삼각비라는 걸 나도 배우는구나

   이거 어렵지 않아요?"

난 매년 이 과정을 가르치다 보니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잘나서 그런 것인지? (이건 농담) 삼각비는 재미있는 규칙 중의 하나로 받아들이면 된다.(말이 쉽지...라고 하겠지만)

내가 쉽게 생각해서 일까? 가르치고 나면 아이들도

" 삼각비 별거 아니네요?"

하는 표정이고... 게다가 이렇게 쉬운데 목에 힘주고 가르치시네...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기도 하다.

' 그래 쉽게 이해하고 쉽게 받아들인다니 다행이다만... 얘 잘 이해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물론 문제를 풀어 확인하면 잘 이해한 것은 바로 들어 나긴 하지만 본 싸움은 고2 때다.

여태껏 삼각함수로 학생들과 씨름한지도 꽤 되었는데 갑자기 삼각비가 내게 다르게 느껴진 계기가 있었다.


이번 여름 방학 즈음에 특별한 사정을 가진 학생 문의가 들어왔고 3달만 수업하기로 하고 학생을 받았다.

정규학교를 다니지 않기 때문에 생긴 문제들인지... 그 학생과 수업이 좀 순탄한 편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반응과 이해도를 가지고 있지가 않아서 살짝 당황하기도 하고 정규과정을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학년 것을 무시할 수도 없는 난처한 수업시간이 이어지다 보니 알게 모르게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동생도 1달만 잠시 봐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에 비는 시간에 수업하기로 하고 잠깐이니까 하고 넙죽 받았는데 내가 년수가 오래된 산전수전 다 겪은 선생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새로이 등장하는 학생들의 문화에 적응을 못하는 탓인지... 참으로 다양한 반응에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아이들이라 부모들의 환경 속에서 자신이 속한 그 배움의 상황이 아이들에게 스민 것이니 우리나라 교육환경 탓이지 아이 탓은 아닌 것으로 이해하면서 고개 드는 감정을 누그러트리며 수업을 한다.

이 말이 애매모호하게 들릴 테지만 확실히 나와 다른 문화적 예의범절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교육환경이 다른 곳에서 자랐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이런 이유도 있을 테지만 다른 이유로는 내 집안문제가 좀 복잡한 일이 있었다.

내가 걱정 쟁이라 스트레스를 일부러 긁어모으는 성격이라 이걸 단순화시키겠다고 시작한 또 다른 일이 나를 정신적으로는 편안하게 해 주지만 육체적으로는 이렇게 피곤할 수가 없다.

챙길 동물들이 많아서 집안일도 녹녹지 않은데 학원 갔다가 다른 일까지 추가가 되다 보니 요즘 머릿속이 복잡하기가 엉켜버린 실타래 같다.

밤에 잠을 못 자 낮에 비몽 사몽 지내는 기간이 길었는데 이제는 초저녁에 잠이 쏟아져서 눈을 붙이고 나면 새벽에 그렇게 정신이 말똥거릴 수가 없다. 그러나 몸이 말을 안 들어 누워서 별 생각을 다 하게 되기도 한다.


어제도 뉴스나 볼까 하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깨어보니 TV는 남편이 껐고 밖엔 비가 주룩주룩 오는 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맑은데 일어나 책 보기는 싫고 그냥 멍하니 누워 있으려니 온갖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해야 된다고 생각한 집안일이며 일주일 스케줄 한 달 스케줄부터... 읽고 싶은 책에 등등.

그러다가 문득 삼각비가 삼각함수와 함께 머릿속에서 돌아다닌다. (뜬금없이)

sin x는 기준각을 왼쪽으로 두고 직각을 오른쪽에 둔 삼각형에서 빗변분의 높이의 비율이다.

cos x는  위와 같은 삼각형의 조건에서 빗변분의 밑변이다.

tan x도 위와 같은 삼각형의 조건에서 밑변분의 높이를 말한다.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하면 훨씬 간단하지만 지금은 삼각비의 개념을 설명하려는 것은 아니고 나의 머릿속을 보여주려는 나의 설명이다. 머릿속에서 삼각비가 돌아다니더니

분수인데 분모를 1로 만들면 분자만 남는 간단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익히 알던 사실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내 머릿속을 맑아지게 했다.


비율이지만 분모가 1이 되도록 삼각형을 만들어 놓으면 우리는 분수모양에서 분자 값만 읽는 단순한 값의 형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각비를 단순하게 만들어 높이만 밑변만 볼 수 있도록 만든 반지름 1짜리 원에서의 삼각비 설명을 여러 번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설명하고 했던 것인데 갑자기 새로운 사실처럼 떠올랐다.

꼭 기약 분수만 비율을 단순하게 만드는 게 아니고 분모를 1로 만들어 분자 값을 보고 1과 비교하여 얼마 큼의 크기인지 가늠이 바로 된다는 것.


그 사실이 나의 고민도 단순화하여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연결된 것이다.

고민이 여러 개지만 분모를 1로 만들어 고민의 크기를 단순화시킬 수 있다면 1로 나눈 분자의 값처럼 단순화하여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쓸데없이 커져가는 고민의 사이즈를 줄일 수 있고 단순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갑자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내 상황이 훨씬 단순해진 느낌에 난 편안하게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참 별일이다.

마음 하나 먹기 나름이니 마음을 다스리자... 라며 열심히 연습을 했지만 삼각비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줄이야.

분자에 고민을 얹어 놓고 분모의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놓고 분모가 1이 되게 분모의 값으로 분자를 나누자.

고민거리 분자의 양은 줄어들고 단순해진다.

나는 1만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고민을 해결하면 된다.

사실 그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내가 키워 놓은 고민이니까... 내가 줄여 놓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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