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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수 Jun 22. 2022

사는 동안 중요한 것들

지금 우리에게

비슷한 또래 서로 다른 환경 다른 성


오른쪽 고양이는 우리 집에 들어온 업둥이

왼쪽 고양이는 동생네 들어온 업둥이다.


왼쪽은 밥 먹으러 오던 길냥이가 지극정성으로 반년을 키우다가 그 자리에 두고 떠났고 오른쪽 냥이는 비 오는 날 태어난 지 20일도 안 되어 머리에 벌레 알을 잔뜩 얹은 채 발견되어 사람을 엄마 냥이로 알고 자란 냥이다.

왼쪽 아이는 암놈 오른쪽은 수놈

발정기 간이 되어 여기저기 수놈들의 싸움이 시작될 무렵 동생이 보다 못해 손타는 애라 중성화를 시켜 집안에 들여놨다.

이미 집안에 키우는 고양이들이 많아서 밖에 있게 그냥 둘 것인가? 입양처를 알아보는 게 답일까? 고민하다가 일단 중성화부터 하고 보자 했는데 자기의 운명이 기구할까 봐 내린 결론일까?

하는 행동이 참 예쁘다.

데리고 있는 고양이들 모두 특색이 있던데 그중 사람에게 가장 특화된 애교만점의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 정이 쏠랑 들어 버려서 입양도 힘들지만 이제는 입양 이야기가 쏙 들어가 버렸다.

힘들어도 그냥 데리고 가기로 했단다.

나도 죽네 사네 하면서 큰아이가 안달 떨며 키운 오른쪽 사진의 녀석을 누구에게 입양 보낸다는 걸 생각 못하겠긴 하다.

웬만하면 건강하게 키워서 2-3개월 때 입양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어디 가면 구박받기 십상인 성격의 녀석을 보니 차마 이걸 알고 보내는 게 엄두가 안 났다.

입양 보내느라 고생하지 말고 그냥 키우면서 고생하는 게 낫겠다 싶어 우리 집과 동생네도 지금은 내 새끼라고 생각하고 키운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뭘 키운다는 것은 그만큼의 마음이 쓰이고 그로 인해 시간이 할애되어야 한다.

그게 쌓이면 감당 못할 감정의 탑이 올라간다.


이제 50일 정도 지났다.

추정나이 16살인 우리 집 터줏대감 고양이가 세상을 떠났다.

개들은 많이 떠나보냈어도 고양이를 보내는 것 처음이었다.

길에서 밥 주던 고양이인데 한 달 정도 안 보이다가 교통사고 난 다리를 끌고 나타나서 집으로 데려오게 된 고양이다. 다행히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고 그렇게 인연이 되어 10년의 세월이 의식도 못한 채 지나가 버렸다.

나의 어머니가 다른 세상으로 가시고 별일 아닌 듯 수술실에 갔던 나이 든 강아지가 14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년도 안되어 아버지가 어머니 옆으로 가셨고 한 3개월 지나 보리가 떠났다.

아버지의 49재를 모시며 나는 마음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다.

가까운이 들을 떠나보내니 내 몸속의 진이 한 양동이씩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그래 다 떠난다.

그래도 아쉽지만 잘 떠나보내드려야 한다.

그리고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밤에 잠이 안 온다. 그럴 때마다 보리 몸에 손을 얹어 가르랑 소리를 들으면 어느새 잠이 들었다. 괜찮다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나를 위해 힘을 내어 달라는 무언의 노래 같았다. 그런 응원을 들을 수 없는 밤이 되면 무척이나 그립다.

그리고 모든 의욕의 불이 꺼져가는 느낌이다.

없으니 더 의식하게 되는 존재다.

그렇게 까지 내게 힘이 되어 주었었나?

언제나 일거리로 생각되던 보리의 일들이 줄어서 갑자기 여유가 느껴지지만 나의 불면증을 해결해 주던 보리의 숨소리가 너무나 그리운 밤이 지속되고 있다.

다른 고양이들도 있지만 모두 자신의 유니크한 특기로 같이 사는 식구들에게 위로를 주고 있는 진행형 들이다. 그중 보리의 진행형이 멈춘 자리에 내가 수습해야 할 감정의 탑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느낌이다.


카톡으로 전달된 브런치에 글 쓰라는 메시지....


글 쓰는 걸 좋아하지만 시간이 안 나서라는 핑계로 띄엄띄엄 쓰다가 이제는 내 감정이 쏟아져 나올까 봐 진이 다 빠진 내 몸이 주체 못 할까 봐 영 손이 안 갔다. 그 기간이 참 길어졌다.

그러다 오늘 모처럼 키보드를 두드리니 결국 쓰다 보니 하소연이 되었다.


그래도 수학 가르치는 일은 계속하고 있다.

그간 여러 특징의 학생들이 들어왔다.


짧은 기간 동안 감당하기 힘들지만 감당해야 할 일들을 겪으며 학교와 집을 반복하는 삶 속에서도 하루하루가 다른 아이들의 소소한 생활 이야기를 들으며, 또 학교 밖 세상에서 다음을 계획하는 색다른 환경의 아이와의 수업에서 세상에 다시 눈을 돌려 보게 된다.


나는 수학을 가르치지만 아이들은 나에게 사는데 중요한 찰나를 놓치지 않는 지혜를 알려준다.

아마 아이들은 모를 것이지만...

지금 너무 소중한 순간을 지내고 있는 아이들

부모님과 그리고 주위에 자신을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는 삶을 사는 순간이 생애에서 얼마나 중요한 기간인지... 그 기간을 만들어주는 소중한 사람들과 순간에 충실하기만 생각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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