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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수 Mar 05. 2023

10인 10색의 화초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를 맞이한 아이들의 모습

한 해가 지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한 학년 씩 올라가고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기도 했다.

고3은 이제 대학생이 되었을 테고... 좀 있으면 군대에 갈 것이다.

나는 한 자리에 앉아서 쑥쑥 자라나는 열대식물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식물이라는 게 매일 보면 제자리인 것 같은데 어느 사이 줄기 사이에서 새 잎이 돌돌 말려서 빼꼼히 나오는 잎을 보면 기특해진다.

연두색이던 잎은 서서히 초록으로 변하면서 점점 활짝 펴진 커다란 잎으로 바뀐다.

한가닥잎이 나온 화분을 사 와서 새잎이길 기다린 지 벌써 몇 달...

그러다 한 잎이 나오고 또 한 잎이 나오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커다란 5-6개의 잎으로 꽉 찬 화분이 버거워 보이는 지경까지 이르고. 그렇게 분갈이해 주고 몇 년 버티겠지 했는데 한해도 못되어 다시 분갈이해줘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면 이제 이 화초는 쑥쑥 자라 나서 이러다 한쪽구석을 다 차지하는 화분이 되면서 옮기기도 힘든 크기가 된다.


겨울방학 내내 새 학년수업을 위해 나름대로 숨 가쁘게 달려갔다.

나는 끌고 아이들은 끌려오기도 그리고 달려가기도 한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겨울방학을 보낸다.


모습 1. 저는 선행을 많이 하고 싶어요.

   이런 경우 정말 의외의 학생이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유튜브도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을 골라서 듣고 역사, 과학에 관련된 상식과 시사지식을 키우며 여가시간을 활용한다.

여기서 수학하는 것도 부족해서 스스로 ebs 인강을 찾아 듣고 내게도 숙제를 많이 내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어쩌다 숙제를 조금 미진하게 해 오면 무척이나 죄송해한다.

처음엔 그저 과욕에 의한 욕심이려니 했는데 목표가 특정한 고등학교에 있고 그 학교에 진학하고 싶은 이유는 본인이 어디서 들은 정보에 따라 그 학교에서 꼭 수업을 듣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지켜보니 이제는 그 진심을 믿고 방학 동안 힘들게 선행을 시켜주게 되었다.

솔직히 선행해달라고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해주고 싶어도 본인이 못 받으면 그저 욕심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모습 2. 저는 오늘을 그냥 충실히 살래요.

    일단 학원 오면 공부앱을 킨다. 그리고 오늘 얼마나 공부하는지 공부시간을 매일매일 체크한다.

딱 거기까지다. 본인이 지정한 시간이 4시간이나 5시간이면 그 시간 이상 공부하면 본인에게 무리라고 생각이 드나 보다. 더 고민 없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많이 하지도 조금 하지도 않지만 조금 더 시키고 싶은 건 내 욕심을 때가 많다. 합의하에 좀 더 시켰더니 머리에서 쥐 난다며 너무 괴로워해서 합의된 부분까지만 수업한다.

그래도 착실히 거기까지는 잘 이해하고 잘하려고 노력해 주니 그만하면 되었다고 생각되는 경우다.


모습 3. 머리 좋은데 설명을 잘 안 듣는다.

    중학교 때 성적이 꽤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진학도 좀 열심히 강제적으로 시킨다는 학교로 진학했다. 이 학교는 요즘 추세가 잘하는 애들이 몰려있고 중간 없이 못하는 애들이 몰려있어서 상위성적 받기가 그렇게 수월하지가 않고 상위권 아이들은 피곤하게 서로 경쟁적으로 의식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래서 좀 더 욕심내서 시키려고 하는데 중학교때와 달리 문제양으로 수학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 아직 그 틀에서 벗어나지를 못해서 딱하다.

성격은 무척이나 내성적이고 예민해서 문제를 풀려고 몇 번 건드리다 안 풀리면 무조건 어려운 문제라며 원리를 이해하기보다는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을 탓하는 버릇 때문에 생각보다 실력이 그다지 늘지 못해서 걱정스러운 학생이다.


모습 4. 차근차근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는 모습의 아이.

     겁이 많다. 물론 여학생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고등학교 진학이 걱정반 기대반으로 방학 동안 무척 열심히 했다. 내 앞에서는 안 그러는데 집에 가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조금만 진도 나가면 걱정이 되는...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면서도 막상 공부하려면 꾀가 나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자신을 제어해 보려는 아이다.

그래서 불안감으로 방학을 아주 성실히 보내다 보니 이제 보답으로 실력이 좀 늘어난 모습이 보인다.

그 아이에게 '역시 착실함은 못 당해. 차근차근 잘 해왔어. 너 실력 많이 늘었다.' 며 기운을 돋워 줬다.

...

각각의 이번 방학을 보낸 모습을 열거하려면 모두 각양각색이다.

아이들은 방학 동안 꾀부리다가도 열심히 하기도 하다가도 또 늘어지기도 하면서 수학공부를 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개학을 맞이했다.

수학만큼은 시킨다고 시켰는데 자기 밥그릇에 주워 담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만 나는 걱정과 설렘으로 그들을 본다.

자라나는 화초의 새잎을 기다리듯 각자 튼실한 새잎을 활짝 싹 틔우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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