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생활패턴
4월 말부터 5월 초 중간고사기간이다.
개학하고 시험준비가 들어가기 전 아이들이 무척이나 힘들어하는 기간이다.
올해는 3월 기온이 들쑥날쑥해서 아침엔 롱패딩 해 뜨면 반팔 해지면 롱패딩을 입고 다니더니 벌써 벚꽃이 만개해서 준비한 벚꽃축제 때는 아직 멀어서 꽃잎축제가 될 판이다.
마스크도 벗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공부방안에서 나는 마스크를 끼고 있는데 간혹 훌쩍거리면서도 썼던 마스크를 벗고 수업받는 학생들도 있다.
답답함과 땀과 범벅이 되어 벗는 아이들을 뭐라 할 수는 없고 내가 쓰고 있으니 그냥저냥 나는 감기를 비껴가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아이들 사이를 벌려 놨더니 그게 습관이 되어 벗어도 이제는 괜찮은 상태가 된 거 같긴 하다.
그렇게 감기가 오락 가락 하는 계절이다.
그만큼 몸이 노곤노곤해져서 아이들은 전투적인 학교생활을 마치고 공부방에 오면 집에 온 듯 긴장이 늘어지나 보다. 하품을 하다가 꾸벅꾸벅 존다.
5분만 자라.
딱해서 그렇게 말을 하면 푹 고꾸라져서 옆에 누가 보건 새근새근 잠이 든다.
엎드려 잠든 모습을 보면 짠하다.
부모님들은 짠한 것 반, 괘씸한 것 반... 그럴지도 모르지만 조는 녀석을 잡아앉혀 놓고 설명하면 결국 아는 척만 할 뿐 문제 풀어보면 헛짓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능률을 생각하면 조금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 설명 듣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얼마 전 3월 모의고사를 봤다.
고1학생 중 사춘기가 늦게 온 남학생이 한 명 있다.
방금 엄마와 걱정반 기대반에 대한 내용으로 상담을 했는데 꽤 괜찮은 성적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겨울방학 동안 고1 상 나가기가 왜 그렇게 힘든지 쉬운 문제는 엄청난 속도로 풀어내는데 좀 만 어려워지면 이건 나중에 풀겠다고 한다.
나중이 되었으니 풀자고 하면서 풀리면 몇 개 풀다가 머리가 쥐가 나는 듯 차오르는 스트레스가 눈에 띈다.
이걸 모른 척하고 그냥 밀고 가자니 반항의 맨트를 해댄다.
슬금슬금 나도 야단칠 에너지가 차 오른다.
그렇게 겨울방학을 씨름하며 보냈다. 기대를 하는 만큼이 아니라 속상했지만 받아들이는 자의 몫이니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3월 모의고사를 생각보다 잘 봤다.
중학교 때부터 지나온 것을 보면 이 녀석은 시험 볼 때 이런저런 짱구로 문제 푸는 능력이 좀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점은 내 설명을 듣고 문제를 푸느니 자기가 알아서 풀어내겠다는 자립심(?)이 강해서 설명 듣는 게 너무 힘든 과정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점점 문제가 어려울수록 설명이 길어지니 조금 설명 들으면 본인이 알아서 푸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 그 실력이 아닌 것을.
모른다 모른다 해서 잘 들으라고 더 기초 더 기초 올라가서 설명하면 결국엔 김 빠지게 설명 듣다 말고 혼자 문제를 다시 푼다. 난 열심히 설명 중인데.
그런데 어라? 문제를 잘 풀어낸다.
그래서 요즘엔 못 푼 문제를 보면 한마디만 한다.
마치 불교에서 화두처럼 ㅎㅎ
세제곱공식으로 하면 될 듯?
그럼 얘는 반항이 득시글 거리는 어투로 '얘가 세제곱공식으로 된다고요? 안 돼요...'
나는 말없이 노트에 항을 묶어서 세제곱이 되는 모양새만 보여준다.
그냥 별 말없이...
'아~'
그리곤 반항의 깃발을 내려놓고 혼자 문제를 푼다.
모든 문제를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내 목소리는 적게 말도 짧게
그게 효과적이다.
모든 아이에게 모든 문제가 이 방법으로는 또 통하진 않는다.
학교에서 저녁을 먹고 오는 고1학생 하나는 내가 입만 열면 잠이 오나 보다.
본인은 아니라고 식곤증이라고 하면서
너무나 미안한 얼굴로 졸음이 오는 자신을 탓하며 눈이 빨개져서 버텨내려는 아이를 보며 또 고민한다.
자고 일어나서 하라고 했더니 시간이 아깝단다.
난 조는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매번 이 방법을 쓰려니 너무 많이 자는 것 같아 나나 그 학생이나 오늘은 양심적으로 자지 말고 문제 좀 많이 풀자고 했다.
본인이 양을 정했다.
하지만 계속 장수만 셀뿐 밀려오는 잠을 쫓기 힘들어 보인다.
갈 때가 되어서야 정신이 나서 푼 문제들은 제법 잘 풀었다.
욕심에 더 시키려니... 그냥 요기까지만 하잖다. 그래서 자기가 버틴 것 같다고.
나의 고등학교시절 가사선생님이 입만 열면 수면제였는데... 내가 그런 대상이 되길 원치 않는데 그런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심히 괴롭다.
비리비리한 여학생은 이 피곤한 시기에 한 번도 졸지 않고 문제를 다 풀고 간다.
어떤 땐 너무 많이 한다 싶게.
물론 수학이 문제 푸는 양에 꼭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다.
어떤 생각으로 문제를 풀었냐가 중요하지...
양이 좀 되어야 수학을 잘한다고는 하는데
글쎄...
맞는 말이기도 하고 아닌 말이기도 하고...
수업 와서 조는 애가 있는가 하면 안 조는 애가 있는 것처럼...
각자 느끼는 피곤함이 다르고 졸음에 대처하는 방법이 다른 것처럼 수학공부방법도 각자 다르다.
너무 옆친구와 비교하지 말고 꾸준히 자신의 방법을 찾으며 고민하는 것 그 길이 최선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