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잼보리 대회보다는 그래도 낫겠네
사진은 우리 집 마당 고양이들 삶의 일부 한 장면이다.
봄이면 겨울집에 쌓여있는 눈 녹은 물과 얼었나 녹았다 하며 부서진 낙엽과 흙덩어리를 털어내고 스티로폼을 둘러쌓아 놓은 비닐을 거두어 준다.
그러고도 꽃샘추위에 추울까 봐 저녁이면 괜히 비닐을 벗겼나? 걱정을 한다.
여름이면 스티로폼을 치우고 박스로 바꿔주고 비는 맞지 않고 바람을 통하게 비닐을 쳐 주지만 모기와 나방과 각종 해충들 때문에 밥 주며 모기향도 피우고 벌레약도 뿌려 주지만 그동안도 내 다리는 벌써 벌레에 뜯긴다.
가을이 되면 겨울잠을 자기 위한 벌레들의 극성으로 무엇이든 먹이가 되는 걸 뜯으려는 벌레들이 여름보다 더한 물어뜯기 전쟁이 벌어진다.
겨울이 되면 벌레와의 전쟁은 줄어들지만 몰려드는 추위와 살아남은 아이들은 면역력이 떨어져서 콧물을 흘리지 않으면 구내염이나 치주염에 걸려 내 속을 아프게 한다.
밥에 온갖 영양제를 섞어서 먹여 5-6년째 버텨내고 있는 위의 고양이들은 뒷터에 6마리와 오가는 나그네 2-3마리 앞마당에 3마리에 앞마당을 오가는 나그네 2마리 정도인데 그들을 위한 내 노력은 내 일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리 내가 해 준다 해도 그들이 자연에서 지내는 삶은 하루하루 쉽지 않아 보인다.
내 하소연은 이쯤 하고...
내가 잼보리 뉴스를 처음 접한 건 두세 달 전이었을 거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늪지대가 된 잼보리 야영장이 걱정이다라는 뉴스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뉴스를 보는 순간 내 다리가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설마 거기서 야영을 하겠어?
늪지대 모기가 바글바글 하겠네.
텐트를 쳐야 할 텐데 어쩌려고... 그래도 뭐 대책이 있겠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니 알아서 하려니
아무리 세상걱정 다 짊어지고 사는 사람처럼 사는 나지만 잼보리대회 정도야 나라가 알아서 또는 지역이 오죽 잘 알아서 하려니 하고 잊었었다.
그런데 지난주 내내 틀기만 하면 나오는 잼보리 뉴스로 온몸이 가려웠다.
그 많은 모기떼를 어떻게 하고 늪지대 위 탠트에서 아이들이 지내고 있는 거지?
믿을 수가 없었다.
나도 하루가 아닌 한 시간도 그 자리에 있기 힘들 텐데 아이들 보고 거기서 자고 먹고 밥 해 먹으라고 한다니.
고양이 밥 준다고 나가서 아침저녁으로 모기약 뿌려도 잠시 안 보이는 듯하다가 유령처럼 나타나 어느새 내 다리나 팔꿈치를 뜯어서 피가 나게 가렵게 만드는데 저 늪지대야 오죽하겠나.
게다가 난 주변에 웅덩이만 보면 물을 버리거나 매우거나 열심히 해도 어디서 피 냄새 맡고 나타나는 불청객들로 예민해진 상태라 화면 속 사진만 봐도 긁적거리게 된다.
아마도 모든 상태를 뉴스로 보도하지는 않나 보다.
나 같으면 정말 끔찍한 해충과 더위로 이곳은 너무나 끔찍하다고 재난문자 보내듯 보도했을 텐데.
더위에 해충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청소년들이 모여서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하며 캠핑도 하고 어울리는 건 생각만 해도 재미난 일이다. 그런데 늪지대에서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뜯기기 시작하며 텐트를 치고 질퍽거리는 길을 지나 화장실을 가고 그 발로 샤워실로 들어가 샤워를 해도 잠시... 쏟아지는 땀에 그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해충들과의 전쟁을 치를 생각을 하면 으.... 끔찍하다.
아무리 K-POP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뉴스에서 눈 귀를 가려보려 하지만 내 몸이 가려워지는 건 막을 수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아이들은 잼보리보다 선행학습에 열을 올리는 판국에 누가 그 나이에 그곳에 가서 영어 몇 마디 하고자 잼보리대회에 참가하겠나. 입시 가산점을 주면 몰라도.
상황이나 정황도 딱하다.
여러 가지로.
그런 환경에서 잼보리를 뭔 이유로 개최했는지 모르지만 그 꼬락서니로 운영한 그들이 단 하루라도 거기서 캠핑을 해봤다면 이렇게 정신 떼기 없게 아이들을 지옥으로 내 몰지는 않았을 텐데.
그리고 우리나라 청소년들처럼 일주일을 살아봤다면.
우리나라 아이들은 잼보리 대회 갈 수 있는 환경이나 생각을 가지기 참 힘들겠구나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올해 여름방학은 한 달도 안 된다.
게다가 이번 여름은 너무너무너무 더웠다.
그동안 2학기진도를 빼느라 거의 매일 그 더위를 뚫고 학원에 오라 했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대단한 미션이었다. 오느라 진이 빠져 밤새 더위에 뒤척이느라 그런지 늘 오는 아이들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나름 힘이 드는 시기였다.
다음 주면 줄줄이 개학하기 때문에.
2학기 중학고사 기말고사를 위해서 사전 전투준비를 하듯이 기본체력을 키우는데 바쁜 시간이었다.
우리나라 학생, 특히 고등학생 중 누가 잼보리 대회에 가서 청소년들과 어울릴 기대와 시간을 보낼까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을 제치고 참여했다 치자.
벌레에 더위에 지쳐 헤롱거리며 온 자식을 보며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기특하다 등을 쳐줄까? 아니면 이 나라를 상대로 항의를 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입시에 불리해서 안 할지도 모르지만 모르겠다. 외국 부모들은 어떤 마음인지... 무척이나 억울할 거 같다.
양평에서 살아보니 제일 끔찍한 게 난 벌레다.
저녁에 플래시를 비추면 밤공기에 공기반 벌레반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가끔 떼로 나타난 벌레에 대해 유튜브를 찍어 올린 걸 본 적이 있는데 도시는 도시데로 특이현상의 벌레들의 공격이라는 상황이 벌어지지만 시골은 다양한 벌레들과 인간이 함께 사는 입장에서 농약을 치는 입장에서는 유해한 종이지만 피 빨리는 입장에서는 좋은 먹잇감이기 때문에 서로 안 보이는 싸움을 하며 한해 한해 다양한 종과 전투를 벌이며 지내는 걸 많은 사람들은 잘 보르는 듯하다.
그냥 잼보리대회를 보며 다양한 운영의 잘못이 보이지만 특히나 내 온몸이 '잘못된 거다' 외치는 것은!
해충의 문제다.
나는 이 문제를 너무나 심각하게 보았음을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해충이 문제인가 잼보리운영이 문제인가?
이상하게 이야기가 풀렸지만 어쨌든 이번 잼보리 대회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대회였다.
참으로 창피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