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션대리 Nov 10. 2022

쓸데없는 미팅은 거절합니다.

시간 낭비를 줄이는 어쩔 수 없는 노하우

일단 만나서 같이 할 수 있는 걸 찾아볼까요?


저는 ‘일단 만나자’는 미팅 요청이 오면 긴장부터 됩니다. 스타트업에서 브랜드를 론칭하는 매니저로 일하면서 업체부터 외부 대행사까지 매일같이 이런저런 미팅을 했고, 프리랜서인 지금도 미팅 요청이 정말 많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맡은 브랜드나 저란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감사해서 가능한 모든 미팅에 참석했어요. 그러다 보니 정작 제 일을 못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고, 제 시간과 에너지를 위해 피해야 할 미팅 요청의 유형을 알아채는 스킬(?)이 생겼어요. 혹시나 저처럼 소모적인 미팅으로 고통받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저의 미팅 실패담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1. 우리 일단 만나 유형

 2020년 6월 경, 어떤 회사의 마케팅 담당자와 미팅을 한 적이 있어요. 카페에서 1시간 정도 미팅을 했는데 마켓이나 홈쇼핑, 콘텐츠 협업 등 저와 당장 무엇이든 같이 해보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써봐야 알지 않겠냐며 제품도 잔뜩 챙겨주시고 개인적으로 집에까지 보내주시기까지 했었어요.


 회사로 한번 오라고 하시길래 그다음 미팅은 제가 그 회사로 (심지어 주말) 찾아갔어요. 회사 투어를 하면서 회사에 있는 브랜드들을 하나하나 소개해주시는데 ‘이 브랜드들 중에서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선택을 하라는 건가 보다’ 혼자 김칫국을 마셨죠. 아닌 게 아니라 기대감에 바람을 더 불어넣었던 것이, 압구정 한 호텔에서 담당자를 포함해 그 회사의 상무, 팀장님과 고급 식사까지 했거든요.


 물론 회사의 내부 사정에 따라 진행하기로 한 프로젝트가 어그러지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상황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고요. 하지만 진행 여부를 물어봤을 때 “조금만 기다려달라”, “연락드릴게요”라고 하고선 유야무야 언급 없이 끝나는 경우가 반복되다 보니 그 회사, 담당자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더라고요. 프로젝트 성사가 안 된 이유 등 팔로우업을 해주기를 기다렸는데 말이죠. 그러고서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다며 새로운 제안으로 미팅을 하자고 요청이 오니까 함께 일하기가 꺼려지더라고요. 프리랜서에게는 시간이 생명인데 또 여러 차례 미팅만 하다가 끝날 것 같다는 불신이 생긴 거죠.


 그때 깨달았어요. 이런 식으로 모든 연락에 대응하다가는 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없겠구나. 다행스럽게도(?) 코로나 시국이 겹쳐 직접 미팅 자리에 나가지 않고 화상 미팅으로 대체할 수 있어서 목적이 불명확한 미팅 요청은 가려낼 수 있었어요.


 대부분 업체들이 협업을 위한 미팅을 요청하거나 인스타그램 디엠을 줄 때는 “어느 시기에 어떤 제품의 포스팅 의뢰를 하고 싶다” 등 명확한 아젠다가 있습니다. 그중 아젠다가 명확하지 않고 “우리 일단 만나서 같이 해볼 수 있는 걸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는 식의 제안을 받으신다면 그 말의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2. 인맥 자랑 유형

1인 개인사업자로 혼자 일하다 보니 일로 만나는 사람들이 참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그중 비즈니스 관계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브 앤 테이크의 관계도 있는 반면 그저 ‘테이커’로서 저에게서 ‘써 먹을거리’를 발견하고 다가오는 사람도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이더라고요.


 약 10년 정도 알고 지낸 지인이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살다 보니 이젠 갑작스러운 연락이 마냥 반갑기보다 의심부터 하게 됩니다) 본인이 속해있는 비영리단체에 후원을 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역시나). 솔직히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제가 받은 걸 갚는다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후원을 해드렸어요. 대학생 때 진로 고민을 할 때나 퇴사 후 심적으로 힘들 때 제 얘기를 많이 들어주시고 조언도 해줬던 분이라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후로도 종종 연락을 했는데요. 그분이 자주 했던 말이, “아는 사람 중에 잘하는 사람 있어. 소개해줄게” 였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하나도 제대로 성사된 게 없더라고요. 중국 플랫폼 업체와도 대화방을 만들었다가 엎어지고, 영상업체도 연결해줄 것처럼 얘기하다가 결과물이 없는.. 뭐 그런식으로요. 지인으로서 고마운 분이지만 '말만 많다'는 인상을 받았고 100% 믿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드디어 뭔가 함께 해볼 수 있는 비즈니스가 있다며, 나와 잘 맞는 브랜드가 있어서 광고를 맡기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요. 전례가 있으니 "일정이랑 예산부터 전달 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또 어찌 사람이 그럴 수 있겠어요. 큰맘 먹고 인천에서 동대문까지 2시간 걸려 갔습니다. 별 기대는 없었지만 그래도 업체 미팅이다 생각하고 비즈니스 마인드를 장착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캐주얼하게 얼굴 한번 보자는 자리더라고요. 거기서 처음 보는 분과 2시간 넘게 친목을 위한 대화를 나누고 돌아왔어요. 구체적인 아젠다는 없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일을 같이 해보자는 추상적인 미팅의 자리였던 거죠.


미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동만 왕복 4시간에 미팅 2시간. 회사원으로 치면 하루 종일 일하는 시간이었는데 그게 너무 아깝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제 지인은 자신의 대표, 업체에 저라는 아이를 알고 있다는 인맥 자랑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반드시 지인의 요청이라도, 예의 없어 보일지라도, 어떤 아젠다로 요청을 주었는지 명확히 하고 미팅에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제가 정 없고 이기적인 건가 싶다가도(물론 그런 면이 있긴 합니다만) 주변 유튜버나 쇼호스트 분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내가 일을 못하면 백업해주거나 책임져줄 사람이 없는 1인 기업이다 보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도 내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게 됐고, 그중 하나가 미팅에 대한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만든 거였어요.


첫째. 구체적인 아젠다가 없는 연락이나 미팅은 재고해보자

“일단 만나자”라고 요청이 오면 미팅 내용과 목적을 물어보고 내용을 메일로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한 후에 미팅을 잡습니다. 담당자님들! 명확한 안건을 가지고 미팅에 나와야 단시간 고효율 미팅이 가능합니다. 저도 담당자님의 시간도 소중하니까요!


둘째. 오랜만에 연락 온 지인들은 뚜렷한 목적이 있다

연락 없던 사람에게서 갑자기 안부 연락 오면 의심을 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내가 보고 싶어서 연락했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어요. 본인의 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 같은 연락은 가려서 받아도 좋습니다.


셋째. 1차 연락 거르는 장치를 두자

2번의 연장선으로, 저는 소비재를 다루는 프리랜서다 보니 화장품, 식품, 폰케이스, 공동구매 제안 등 온갖 연락이 다 오는데요. 그러다 보니 순수한 연락(=2번에서 지인들)도 받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카카오톡 프로필 문구에 '업무 외 연락은 늦습니다’라고 적어두기도 해요. 1인 기업으로서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한 나만의 갑옷이랄까요(친구들아, 내가 연락 안 받아도 양해 좀.. 미안해)


오늘은 좀 까칠션대리 모드로 글을 써봤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자유롭게 댓글이나 스토리에 후기를 남겨주세요. 리그램하러 찾아갑니다! @shawn_issur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