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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델리 May 01. 2023

3화. 한국식 가족의 정의는 고리타분해

혼자도 결혼도 아닌, 행복하고 온전한 조립식 가족의 탄생

전에 없던 안정감과 두 일생이 합쳐지는 미라클의 증명!


쿼카아델리는 같이 살 쿼카델리하우스를 찾기 위해 서울 울집구 어디동을 부동산 최펠리컨 실장님과 함께 뱅뱅 돌았다. 아델리가 매물을 많이 보고 싶다고 하자, 펠리컨실장님께서 집을 열 군데나 보여주셨다. 어떤 집은 위치는 좋았는데 펭귄 지갑의 보증금보다 비쌌고, 저떤 집은 다 좋았는데 좁거나 낡았다.


그러던 중 쿼카델리의 눈에 가장 드는 집이 있었으니! 옥상을 끼고 있는 5층 빌라의 5층 집이었다. 넓은 베란다로 남동향 햇살이 환하게 비춰서 마음마저 밝아지는 듯했다. 큰 방도 2개나 있고 쿼카가 원하는 거실공간도 있었다. 몇 번이나 실측해서 쿼카네 집 가구들을 싹 넣으니 마치 테트리스처럼 쏙 들어갔다.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친 쿼카델리는 배정받은 주차공간에 하-얀 씽씽카(쿼카의 애마)를 주차하고 살게 되었다.

다리 짧은 두 소동물들에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으니…. 엘베가 없다는 현실이었다. 5층까지 뾸뾸거리며 오르락내리락 한 지도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생각보다 오르내린단 의식조차 희미해지고, 걱정이었던 쿼카의 무릎 연골도 잘 버텨주고 있어서 그럭저럭 만족한다.


쿼카와 아델리는 쿼카델리하우스에서 유치한 아이 흉내를 잘 낸다. 델리 두 쨜~(n2세..)하고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하거나, 각자의 행정업무 마감을 챙겨줄 때 하기 싫으면 응애- 하고 운다. 과년한 처녀들이 되어버려서 부모님께 할 수 없으니 서로에게 칭얼대고 받아주면 굉장히 만족스럽다. 인간이 가만히 있어도 할 수 있는 업적은 나이 먹기.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고 먹고 또 먹다 보니 어디 나가서 칭얼댈 수 없는 성인이 되어버렸다. 밖에서야 각 잡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어른들도 마음 터놓고 징징거릴 안식처가 필요하다. 그게 없어서 마음이 아파지고, 힐링과 위로 에세이가 늘 베스트셀러 상단을 지키고 있지 않은가.



아래는 최근 아델리가 받은 질문들인데, 쿼카델리하우스에 살게 된 후론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한국인 종족 특성으로 주변에서 걱정하는 여러 공격에 자동으로 답이 되기 때문이다!


Q1 : 결혼도 안 하고 살다가 나중에 외로워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A : 왜 외로워, 친구 없어? 외롭다고 남들 눈치 때문에 대충 결혼해서 애 낳는 건 인생에 무책임한 거야. 그리고 쿼카랑은 평생 잘 지낼 거야. 참고로 난 혼자도 안 외로워.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바빠.

Q2 : 그러다 결혼 적령기 놓치면 영영 못 한다? 사회적 위치는 어쩌고?

A : 영영 안 해도 되고, 하고 싶은 사람 생기면 황혼의 결혼식 하지 뭐! 남편 없어서 내 사회적 위치가 흔들리진 않아. 내 노력이 내 자리야. 당장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받으려고 하는 게 더 비정상인 것 같아. 가정을 이루는 게 인류와 자연의 섭리라고 주장하라면 난 가부장적 전통암수가정에 별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단다.

Q3 : 둘이 싸우거나 틀어지면 어쩌려고 남이랑 같이 사냐?

A : 그럴 땔 대비 해 이미 계약서를 써 놨지. 하지만 우린 그런 종이 없어도 이성적인 현대 동물들이라 알아서 예쁘게 잘 헤어질 수도 있다구.

Q4 : 됐다. 말을 말자. 행복하게 잘 먹고 잘살아라.

A : 아델리 Win !



가만 보면 요즘 20대가 10대 같고, 30대가 20대 같다는 어른들 얘기가 맞다. 혼자 독립하기엔 막연히 두려운 사람도 있고, 경제력을 합쳐서 상생하려는 사람도 있다. 쿼카와 아델리 우리 둘도 그런 것이다. 국영수사과 같은 것이 아니라 잘 사는 법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에 홀로 던져지면 당장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학원은 없다. 우리는 모두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성장하다가, 결혼을 택하지 않는 이상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마흔까지는 결혼 안 하냐며 눈치 주다가, 나이 차고 내 업이 있으니 부모 곁을 떠나겠다 하면 독립하는 법을 알려주진 않는다. 한국의 현대인은 멘털이며 마음을 끝없이 공격받는 시대에 격한 삶을 견디며 살아가야만 한다.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기엔 인간이란 동물은 연약하다. 애로사항들을 고려했을 때, 쿼카와 아델리는 서로를 택하고 남인 듯 가족인 듯 얄딱꾸리한 이 조립식 가족 관계가 마음에 들었다. 아직 우리는 만족을 몰라서, 홀로 사는 동년배들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음에도 다음 집도 꿈꾸며 계획하고 노력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펭귄 다리와 쿼카 발로 5층 빌라 계단을 오른다 해도. 자동 체력테스트도 되고, 함께 오르는 친구가 있어 오늘도 쿼카델리 하우스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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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카델리하우스에 오고 싶은 사람~

앞으로 쿼카델리는 어떻게 될까?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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