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 #3 - 세상에 대한 해상도를 높이는 중
분명히 학교 도서관에서 독일과 관련된 책을 고르려고 했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내 손엔 이 책이 들려 있었다.
이 제목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누구든 도서관의 책장에 꽂혀 있는 이 책의 제목을 목격하게 된다면 아주 조그만 호기심에서라도 한 번쯤은 책장을 넘겨볼 것이라 확신한다. 아님 말고.
저자는 시중에 나와 있는 법 관련 서적들이 일반인들에게 다가가기엔 지나치게 어렵고 난해하게 쓰여 있다고 비판하면서 여러 흥미로운 주제들을 이야깃거리로 던진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법에 대해 잘 알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법조계에 재직하거나, 내가 하는 일이 법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자격시험에서도 그런 부분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면, 한마디로 법과 거리가 먼 일반인들이라면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해봤자 나의 직무와 관련된 법에 대해서만 조금 아는 정도가 아닐까.
다른 법 관련 서적들은 읽어본 적이 없어 어떤지 잘은 모르겠다. 적어도 이 책은 수십 가지의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법에 독자가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법은 어렵다.
나도 법에 대해서 까막눈 수준이었다. 법과 거리가 먼 일반인이라는 신분에 충실하고 있었던 셈이다.
사실,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아!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법과 거리가 먼 일반인은 없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법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 녹아들어 있고, 더 나아가 우리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우리의 삶을 안전하게 보장해주는 장치라는 걸 배웠다.
사실 이런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책을 읽으며, 과연 '이 책에 대한 후기 혹은 감상문을 타인의 삶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곤 했다. 나만의 주관적 해석이 여타 문학작품이나 영화 등을 감상할 때와 비교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를 찾는다면, 이러한 지식을 알고 배움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한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을 읽거나 TV로 뉴스를 시청할 때 법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면 이전보다야 조금 더 이해를 하며 읽거나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일상에서 내가 법을 적용받아야 하는 상황일 때, 단어들이 무얼 의미하는지 정도는 알아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나중에 내가 법에 대해 보다 체계를 가지고 공부를 한다고 할 때에도, 이 책을 읽은 후 머릿속에 자리 잡은 희미하지만 아주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헌법과 형법 그리고 민법이란 개념, 삼권분립이 탄생한 배경과 그것이 가지는 의미, 범죄의 구성요소 등.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다소 즐겁게 읽혔던 게 아닐까.
법 자체로만 놓고 보면 전혀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았지만.
과연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를 적용받을지 궁금한 사람은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결국 이 책이 법 관련 서적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꽤 재밌을 것이고, 재미만을 위한 책이라고 예상했다면 생각보다는 지루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