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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Sep 14. 2022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보다 더 주목받은 사연

이집트

 실제로 본 피라미드는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컸다. 이 황량한 사막에 거대한 피라미드가 떡하니 서있는데 외관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 정말 신기했다.


 기자 피라미드에는 역시나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다들 현지인이고 동양인은 우리 밖에 없었다. 외국인 자체가 거의 눈에 안 띄었고 단체로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온 건지 어린 학생들로 북적였다.


기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넋을 놓고 피라미드를 구경하고 있던 와중에 현지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사진을 찍어주려고 했는데 나도 같이 찍자는 것이다. 그분은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게 아니라 나와 사진을 찍으려는 것이었다. 내가 외국인이라 신기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수학여행 온 학생 몇 명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별생각 없이 사진을 찍었더니 그다음부터 일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달려들어 사진을 찍어달라는 것이다. 한 번 찍기 시작하니까 다른 학생들도 벌떼같이 몰려왔다. 주변을 돌아보니 나뿐만 아니라 우리 일행들도 사진 찍어주느라 바빴다.

 사진 찍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내 이름까지 여기저기서 물어보았다. 외국인이니까 생긴 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을 수는 있는데 내 이름은 왜 다들 물어보는 것까.

 당시 아프리카발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발생되어 이슈가 되던 시기여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불안하기도 했고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결국은 도망 나왔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우르르 내 뒤를 쫓아왔다. 내가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도 그 많은 학생들이 피라미드는 안 보고 다들 나만 구경하고 있너무 어색했다. 이 좋은 피라미드에 와서 피라미드를 찍어야지 왜 나를 찍는 것인지...


 사실 여행하면서 현지인들이 같이 사진 찍자고 하는 일이 종종 있다. 한 번은 남자들이 같이 사진을 찍으며 신체적 접촉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후로는 사진을 찍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린 학생들이 너무 순수해 보여서 모른 척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한창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집트에 입국을 하지 못했을 테니, 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내가 생에 처음 보는 외국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뜩이나 한류 때문에 영상으로는 한국인을 많이 접했을 텐데 실물로 봤으니 정말 신기했을 수도 있겠다.


 현지인들도 외국인을 만나 신기한 경험이었겠지만 나 역시 국인에게 수많은 카메라 세례를 당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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