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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아미고 Mar 09. 2023

브런치 합격만 돼 봐라! 개똥글만 싸지를 거다!

개똥글(1)

또?


또 글 쓰는 게 힘들어졌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징징거린 때가 4달 전쯤인데, 또다시 글이 안 써진다고 우울해하고 있다.

핑계를 대자면 봄이 되면서 본업도 바빠진 것도 있고, 요즘 인스타그램에 서평나부랭이도 쓰고 있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예전같이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난 글을 쓸 때 진득하니 앉아 시간을 따로 내서 쓰는 편이 아니다.

일하는 도중에 한 문장 두 문장, 짬짬이 쓰는 편인데 그 짬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가끔씩 쓰고 싶은 생각이나 주제가 떠올라 쓱쓱 쓰다 보면 마무리가 안 돼서 지워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면 화가 난다.

왜 화를 내면서까지 글쓰기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화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쓰면 안 된다.





브런치에 도전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글쓰기에 열정이 대단했다.

솔직히 브런치 작가가 꼭 되고 싶었고, 그만큼 열심히 썼다.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 브런치에 떨어지면서 다짐하고 다짐했다.



“아주 그냥! 브런치 합격만 돼 봐라! 내가 아주 개똥글만 싸지를 거임! “



 

브런치에 합격하고 나서 말한 대로 똥글만 써대면 되는데 왜 자꾸 내 글을 자랑하려고 하는 걸까.

어떤 작가님이 그러던데? 정말 쓸게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냥 <오늘은 정말로 쓸 게 없습니다.>라고만 쓰면 된다고.

하지만 내 경우는 매일 글을 쓰지도 않고  일주일에 간신히 하나 정도 쓰기에 <이번 주는 정말로 쓸 게 없습니다.>라고 써야 할 판이다.


좀 더 쉽게 글쓰기에 접근해 보자. 지금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고, 가장 하기 싫은 작업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답은 퇴고였다.

장강명 작가는 <책 한번 써봅시다>에서 “글을 써야지”라고 자신을 채근하면서도 “그거 써서 뭐 하지?”라는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또 자신이 쓴 글을 시간이 지나 다시 살피면서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점검하는 것, 그러다 때로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 가끔은 ‘나 글 진짜 못 쓰는구나’라고 자학하는 것도 작가의 일이라고 했다.

당분간은 못하겠다.

내가 쓴 똥글을 또 봐야 하고, 똥글인 것을 인정하고, 그 똥글을 고쳐야 하다니..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게 이상하다.

그냥 똥글 그대로 써놓고 펜을 놓아버리자.

초고로 시작해서 그냥 그대로 끝내면 되지 않을까?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쓰고 싶은 문장을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것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그냥 쓰는 거다…




얼마 전에 스피노자에 대해 읽은 게 생각난다.


내일 지구의 멸망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사실 스피노자가 처음 한 말은 아니다.)



스피노자는 원래 포르투갈에서 네덜란드로 망명온 유대인 집안의 사내인데 성경을 공부하다가 신에 대해 부정을 하게 된다. 그래서 유대교 사회에서 파문을 당하게 된다. 이 시절의 파문이란 그저 교회에 다니지 못하는 그런 파문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사회의 모든 것으로부터 부정을 당하게 된다. 결국 스피노자는 반강제적으로 칩거생활을 하게 되고, 렌즈세공업자로 생계를 유지하게 된다.

낮에는 안경렌즈를 깎고, 밤에는 글을 쓰는 주경야독의 생활을 한다.

우리 스피노자 선배님은 주경야독을 실천해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준 위대한 철학자가 되었다.

왜 뜬금없이 스피노자 선배님이냐고?

그냥 나도 스피노자처럼 안경렌즈를 깎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스피노자는 평생 안경렌즈를 깎다가 안경가루를 너무 많이 들이마셔서 40대 중반에 폐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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