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먹지도 못하는 것을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왜 배워야 하는 거지?
하루도 빠짐없이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쉽게 싫증을 내는 성향이라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네요. 어떤 것을 어느 정도 배우다가 싫증이 나버리면 또 새로운 것을 찾아 배우곤 합니다.
예를 들어 영상편집을 배우다가도 어느 정도 스스로 만족이 되면 그것을 그만두고, 로고 만들기를 배우다던가, 포토샵을 배워본다던가, 운동도 마찬가지로 헬스장을 다니다가, 지겨워지면 러닝을 한다든가, 아니면 자전거를 탄다든가, 클라이밍이 하고 싶어 져서 클라이밍센터를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이런 성향을 잘 알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지 못하도록 이것저것 감당할 수 있는 배울 거리를 늘어놓고, 그 몇 가지 안에서 병렬독서를 하듯이 병렬 배움을 하는 것으로 해결을 하지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이 나쁜 건 아닙니다. 새로운 걸 배우는 그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 흥분되는 일입니다.
배움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주는 최고의 경험이지요.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면서, 내가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이렇게 배운 것들을 어디서 써먹지?
써먹지도 못하는 것을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왜 배워야 하는 거지?
이거 왜 배우는 거지? 단순히 배움의 즐거움 때문에 배우는 건가?‘
순간 밀려오는 이런 생각들은 저에게 상당한 압박감을 주었습니다.
하고 있는 일이 부질없이 느껴지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훅 몰려오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계속 뭔가 배워오긴 했는데 제대로 써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써먹어 보려고 생각한 적도 없는 것 같고요.
<생산성의 압박>이 묵직하게 들어오더군요.
그러다가 이 생산성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찾아 배우는 바보 같은 행동도 하게 됩니다.
도망치듯 말이죠.
배운 것을 활용하여 무언가를 이뤄야 된다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운다니.
얼마나 바보 같은 짓입니까?
인간의 본성일까요?
사람은 항상 더 나은 것을 추구하고 바라지요.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나은 것을 원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전에 배운 것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여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이유는 더 나은 것을 원하기 때문일까요?
이게 맞는 걸까요?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복습하고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지 않을까요?
활용하지 못하는가? 활용하지 않는 건가?
배움의 깊이가 너무 얕은 게 아닐까?
조금 더 반복해서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해서 조금 더 완성도 있게 배운다면, 활용하기 위한 충분한 지식이 축적되었다면, 또한 더 나은 활용을 할 자신감이 생겼다면,
과연 새로운 것을 배우는 행위로 생산성의 압박으로부터 도망을 쳤을까요?
물론 모든 배움은 활용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순수한 호기심이나 성취감으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생산성의 압박에서 벗어나려고 다른 새로운 것을 배우는 행동은 이제 그만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유혹을 참고 견뎌 꾸준히 한 가지를 정진해 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가장 큰 걱정이 생겼기 때문이지요.
바로 이 생산성의 압박이 나의 글쓰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나의 글쓰기가 과연 생산성이 있는 행위일까 아닐까 판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무섭고 슬픈 생각일 것 같아요.
생산성의 여부만으로 그 <행동의 가치>가 결정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나의 보잘것없는 <글쓰기>도 계속 가치 있는 일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