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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jay Apr 15. 2022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10여 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어쩌면 조금은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다. 그 이후로 내 마음 속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한 막연하고 무거운 마음이 생겼다. 죽음 자체가 두렵지는 않았지만, 어떤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점점 커져 갔다. 인생 말년에 긴 투병으로 가족들에게 큰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주면 어쩌나, 큰 통증을 동반한 질병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 길어지면 어쩌나... 이런 고민들은 아직은 몇 십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일일지 모르지만 문득 문득 떠오르곤 했다.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라는 책 제목은 나의 막막한 두려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두려움들이 문자가 되어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들어본 것 같지만,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몰랐던 '연명의료', '존엄사'와 '안락사', '인공영양공급' 등의 단어들이 의학 용어 사전의 단어가 아닌 내 어머니와 내 삶에 곧 닥칠 실체가 되었다. 


이 책은 의학적 사실을 전하는 딱딱한 의료서적이 아니다.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존엄한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의료기술로 모든 것을 고칠 수 있다는 기술주의의 망상에 빠진 의료인들에게 던지는 준엄한 충고가 있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서사를 마지막까지 존엄한 죽음으로 마무리해 가길 원하는 저자의 따뜻한 안내가 담겨져 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온다. 어떤 죽음을 삶의 마지막으로 맞이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함께 생각할 기회를 준 책이다. 죽음에 관한 책을 통해 존엄한 삶의 마지막을 생각하게 해 준 저자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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