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이 끊이질 않는 삶에서 미치지 않도록 도피하기
저는 막 스케줄들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씻고 나와 엄마의 핸드폰 사용에 대한 질문 한 보따리를 해결하고 누워서 이 글을 씁니다. 답장 일주일 지나면 물구나무 서기로 했는데 제가 그 스타트를 끊네요... 물구나무 말고 저한테 바라는거 하나 있으면 그거 들어주면 안되나요? 가능한 건 다 되는데.. 물구나무는 필라테스를 아무리 해도 안돼요. 팔이 감당하기에 잔인한 몸무게에요, 언니.
답장은 늦었지만 틈날 때마다 언니의 바로 전 글을 보곤 했어요. 읽으면서 이건 이렇게 말해야지, 이건 이렇게 답해야지 생각해놓고 싶어서였는데 부질 없었다고 합니다. 아니 제가 제일 궁금해했던 질문만 쏙 빼놓고 말하기 있습니까? 언니의 나이 때 마음관리는 잘 되는지, 뭐가 좀 다르긴 한지 가슴을 치며 물어보고 싶었단 말입니다요. 답은 예상 가능하겠지만그래도 묻고 싶었던 마음은 뭐 때문일까요.
누워서 오늘도 회사에서 혼이 나고 뭉개진 마음을 가다듬으며 생각해보니 노래 부르는 일은 늘 좋지만 그로 인해 저는 늘 긴장하며 살아왔네요. 21살, 홍대 공연장을 전전하며 두명도 겨우 들어가는 무대 위를 서는 순간부터 저에게는 입시 때 겨우 이별했던 무대공포증을 다시 만나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는 지긋지긋하게 붙어삽니다. 앨범 녹음을 하는 전날부터는 잠이 안 오고, 행사를 뛰러 가는 날 며칠 전부터는 가사 외우느라 내내 중얼중얼 거리고 있어요. 회사 회의가 잡히면 무조건 하나씩 내야할 아이디어를 찾느라 잠이 안 오고 그러다가 어김없이 찾아오는 공연 스케줄에 먹어도 먹지 않은 것 같이 불안하죠. 이 모든게 저는 늘 내가 망치는 순간을 늘 상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가사를 씹는 내 모습, 어색한 쇼맨십에 싸늘한 정적과 애써 위로하는 사람들, 다음에 또 불러주지 않는 관계자들, 회사 동료들의 무거운 짐들. 그런걸 다 미리 생각해놓는 못된 습관들이 늘 있습니다. 두명이서 활동할 때보다 솔로로 활동할 준비를 할 때는 그 짐이 두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이런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보면 작은 일에도 세밀하게 챙기는 꼼꼼이가 돼있을 것 같지만, 저는 여전히 물이 숭숭 새는 구멍이더라고요. 중요한 방송국 미팅이 오는 금요일에 잡혀있는데 오늘까지 보냈어야할 자료를 잘못 보내고서 천하태평하게 있다가 대표님께 '정신 똑바로 차려'라는 말을 듣고는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이 또 나를 덮으려 하기에 얼른 이 부정적인 생각들로부터 도피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자꾸 유튜브로 숨곤 해요 최대한 생각 없이 재밌게 한량 라이프를 즐기는 채널의 브이로그를 봅니다. 내가 겪는 문제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고 '조까'를실천하는 사람들을 좀 동경하는 것 같아요. 그들도 그들만의 병이 있겠지만 저는 그들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오랫동안 있었어요. 부끄럽지만 그런 유튜브는 성경보다 더 빠른 치료제가 됩니다. 전에 언니랑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언니는 책을 읽는게 일이라 책을 보는게 스트레스가 될때면 영화를 보면서 푼다고 했었어요. 요즘 자처해서 독서모임을 만든 언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긴 하지만 저는 그 말이 잘 이해가 돼요. 그리고 이제서야 우리가 비슷하다는걸 깨달았다는 부분에서 실소를 지었습니다(전 진즉 알고 있었다구요 후후).
언니가 운동을 허리디스크 때문에라도 한다는 사실에 안도 했어요. 운동 해야됩니다.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고합니다. 운동 안하는 자 유죄... 진짜로... 한때 브라솔(다이어트 씨리얼팩)을 끼고 다녔던 언니를 떠올려보면 살이 갑자기 너무 많이 쪘다면서 굳게 다이어트를 다짐하던 모습이 기억나요. 지금의 저랑 비슷한 것 같기도... 아무튼 나중에 같이 산을 타봐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저번에 청계산을 갔는데 생각보다 난이도가 괜찮더라고요. 언니가 갔던 산이 더 높았던 것 같아서 언니의 체력도 나쁘지 않을거라 여기고 같이 한번 갑시다.
제가 스트레스 받는 모습에 무슨 일있냐고 연락해주어 고마워요. 인간 해우소 언니에게 힘든 하루를 끝내고 오늘 이런 말들을 할 수 있게해주어 기쁘다고 말하고 싶어요.
현실의 고민 날려주는 내 최애 아재들, 침착맨과 주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