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게 신선한 글이네요?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절대 실제로는 말하지 않을 것 같은 글이에요. 이상해요 이거 느낌..
프랑스행 티켓은 환불이 되었군요, 환불된 돈이 통장에 꽂혔을 때 조금 씁쓸했을 마음이 그려지네요. 제가 물었던 언니의 근황은 '책과 영화와 공연을 보며 아무것도 안한다'는 말로 완벽하게 정의된 것 같아요. 근데 또 보면 생각으로 알찬 일상인거잖아요. 저도 불규칙적으로 앨범을 내는, 마치 농사짓고 사는 사람처럼 그 곡물로 먹고 사는 사람으로, '요즘 뭐하고 사니?' 라는 말을 진짜 많이 들어요. 앨범 안 내면 특히 더 자주 듣는데, 요즘처럼 사람을 면대면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은 더 많이 주고 받는 말이겠죠? 그렇지만 '요즘 뭐하고 사니'라는 질문보다 '요즘 무슨 생각 하면서 사니'라고 물어봐줬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대해서는 물어봐 준 의중을 기쁘게 받아들이면서 대답할것 같은데, 뭐 하고 사냔 질문에는 가슴이 답답해져와요. 이 말들이 이해됐음 해요.
왠지 백수인 언니는 전혀 무능력해보이지 않네요. 실업급여도 받지 않는 찐백수 상태여도 문화예술을 겨드랑이에 끼고 사는 모습이 저한테는 꽤 귀감이 돼요. 멋있잖아요. 그런 삶 저는 무지 응원해요. 저한테 언니의 독서생활과 글쓰기가 많이 영향력을 끼쳐서 그럴지도 몰라요. 책을 재밌게 읽는다는게 레위기 재밌게 읽기 같은 느낌이었던 저에게는 언니의 독서에 대한 애정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었어요. 덕분에 지금까지 매일 책 속으로 잘 도피하며 살고 있어요. 음악이 듣기 싫을때는 무조건 책이에요. 영화에도 음악이 나오잖아요 영화 볼 때마저 판단하고 분석하긴 싫거든요.. 제가 언제 이 얘기 했었나요?
맞아요, 언니 말대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유식해지는 건 절대 아니었어요. 그러려면 비문학을 많이 읽었어야 하는데, 저는 문학과 비문학의 비율이 7:3 정도 돼요. 저도 늙는지 비문학을 읽으면 앞단락의 지식들이 기억이 안나서 계속 다시 읽느라 진도가 안 나가거든요.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기에 아직 저는 젊지 않나요? 그냥 머리가 나쁜 걸수도 있겠어요.
그리고 좀 놀랐던 사실이 있어요. 저는 언니가 말 많은거 몰랐어요. 제 기준에서는 적어도 아니에요. 제가 늘상 봐온 언니는 말을 적당한 때에 적당한 양으로 치고 빠지는 모습뿐이어서. 게다가 저랑 있을 때는 더더욱이 말이 많지는 않았잖아요. 오히려 짧고 굵게 훅훅 명치를 치고 가서 제 말문을 막히게 했을때가 많았죠.. 그럼 쿨하게 훅 사과하고. 그럼에도 저랑 비슷한 면이 꽤 많다고 느꼈어요. 언니는 아니라고할 지도 몰라요. 근데 요즘은 머리 색도 언니의 몇 달전 시그니처처럼 금발이 됐네요. 가끔 옷 뭐입어야할지 난감할 땐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다양하게 입고 다녔나 생각할 때도 있어요. 가만보면 참 많은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사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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