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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좋은 사람? 나에게 더 나은 사람

괜찮아, 지구별엔 누구나 처음인걸

남의 눈은 나에게 적당한 자극제이자, 실눈 뜬 감시자이다.


"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

한 번에 휘몰아치듯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면, 한동안은 나사 풀린 기계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손을 놓게 된다.

오후만 놀다가, 오늘까지만 놀다가, 이번 주까지만 놀다가... 쓸모없는 백지수표만 남발한 채 시간을 보내며 도낏자루 썩어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지인의 SNS에 올라온 피드 하나가 정신을 차리게 한다.

' 역시 나 혼자만 놀고 있었던 거야 ㅜ.ㅜ '


" 요즘 바빠서 피드도 못 올리고 있는 거야? "라는 연락에, 마음이 뜨끔하다.

바빠서가 아니라 게으름병이 도진 건데.


남의 시선은, 축 늘어난 운동복 바지에 찬물 한 바가지를 붓듯, 늘어지기 쉬운 삶에 쫀쫀함을 더하고, 풀어지기 쉬운 언행을 쓰윽 조이게 한다.

게으름에 종지부를 찍고 조금의 바지런함을 챙기게 되고, 부스스한 몰골을 손가락 빗으로나마 단정하게 만든다.


남의 시선 따위야!


남의 시선을 대놓고 무시하는 사람은 종종 낯 부끄러운 일을 하곤 한다.

내 입 지고 내가 말하는데?, 내 돈 쓰는 건데 무슨 상관이야?라는 논리로 무장한 사람은 세상에 꺼릴 것이 없다.

안하무인의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낯'은 자신의 권력과 힘을 과시하기 위한 치장일 뿐, 사람 간의 지켜야 할 도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하지 않았을 때 부끄러움을 느끼는 양심의 표현과 거리가 멀다.

붉혀질 낯이 없어서 그런지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지도 못하는 일을 스스럼없이 한다.



남들 눈에....

그에 반해 남을 과하게 의식하는 이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렇게 행동하면 싫어하지 않을까

과한 걱정이 생각을 주저하게 만들고, 손발을 움츠리게 만든다.


싫은 말은 못 해서,

거절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내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질까 봐.

마음을 외면한 채 yes를 말하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자신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다.

남의 시선보다는 내 마음속의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먼저인데도, 현실에서 내 마음은 자꾸 뒷전으로 밀려난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누군가의 기대 때문에 나를 잃어버리지는 않는지.




거절은 그 한 번이 어렵다.

마음속으로 굳세게 다짐을 해도, 막상 내뱉으려니 그 짧은 단어는 입안을 맴돌고, 식은땀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용기를 내야 한다.


남을 위해 내어 주는 그 시간들을 이제 나에게 내주기 위해,

늘 텅 빈듯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남에게 아닌 나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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