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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과 팬데믹 사이, 용기와 소심함의 아우성

괜찮아, 지구별엔 누구나 처음인걸


직업병, 콜록콜록


화선지와 먹물을 끼고 살다 보니 어느 틈에 비염이 생기고, 천식이 생겼다. 

지금이야 작업을 할 때면 한 겨울에도 창문을 열고 공기청정기를 돌리지만, 그땐 환기를 시켜야 한다는 것도 공기청정기도 낯선 문물이었으니 하루 중 대부분 먹물 앞에 있었던 시기, 내 호흡기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먹물을 쓰면 비염이 생긴다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먹 앞에서 50년 세월을 보내신 서예 선생님의 호흡기는 20대를 능가하고, 내 주변에 먹물 때문에 비염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먹과 화선지에 괜한 오명을 씌우는 것일 수 있다.

( 참, 여기서 먹물은 공장에서 만들어 낸 시판 중인 먹물이다. )


어릴 적에 고등어조림, 추어탕을 먹고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고생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이 음식들을 지금 못 먹는 것도 아니니,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아닌 체질상 약간 알레르기 체질인 듯하다. 

살면서 음식 반응으로 몇 번 올라왔던 알레르기가 화선지와 먹물, 닫힌 공간, 떨어진 면역력, 과도한 열정(?) 등등 몇 가지의 조건이 잔치를 벌여 알레르기 분수령이 되었을 것이다. 


덕분에 코로나 이전에도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 마스크는 필수고, 공기가 좋지 않은 곳에 가면 인간 공기 측정기처럼 여지없이 기침을 해댄다. 콜록콜록  =.=


예전에 괜찮았지만, 요즘은 밖에서 기침이라도 나올라치면 눈치가 보인다. 

' 워워~ 걱정 말아요! 저 그냥 비염이에요 '

마음 같아서는 마스크 밖에 ' 비염 '이라고 써붙이고 싶다.



팬데믹과 SNS


오르락내리락. 

주가 그래프처럼 연일 코로나로 인한 감역 확산으로 요동을 친다. 

요 며칠은 꺾이지 않는 지속적으로 오름세. 

겨울철과 독감,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의 합. 우려하던 전문가들의 말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아침마다 더해지는 숫자에 밖으로 나가려는 발걸음을 주저하게 한다.



기온차가 심해지는 날이면 종종 편도가 붓는데, 그럴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앞서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매일 날아오는 안전문자로 아침을 맞고, 외출하려면 옷을 입기도 전에 마스크와 소독제를 챙기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이니, ' 알레르기 인간 + 심한 기온차 = 집콕 '  민폐가 되지 않으려면 집콕이 제일이다. 

다행히,  ' 집에서도 잘 사는 101 가지' 비법을 나름 터득했으니, 공연이나 전시를 보지 못하는 갈증과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을 찍던 '그땐 그랬지' 하는 아쉬움이 있을 뿐, 나름 잘 살아가고 있다.    


혼자 유난을 떠나? 

다른 이들의 SNS는 이전과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멋진 카페 사진과 전시회 소식, 철이 바뀐 것을 알려주려는 듯 여행지에서 환희 웃는 모습들을 보면, 마치 현실의 코로나와 별개의 온라인 세상이 있는 듯하다. 

별개의 세상처럼 보이는 피드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코로나 걱정 없이 숨통이 트이는 공간이 있어 위로가 되고, 한편으로는 나만 홀로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사자처럼 종잇장 같은 심장을 가졌나 위축되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생각한다. 


그래, 환히 웃는 저 미소 속에 나와 같은 마음이 있겠지. 누구 한 사람 이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

어떠한 상황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돼야 하기에 현명하게 일상을 지속하는 그들을 보고, 쪼그라든 심장에 불을 지펴 조그마한 용기를 낼 수 있게 해 줘서 다행이다.

우린 그렇게 보이지 않게 열심히 지켜낸 타인의 일상을 통해 위로받고, 용기를 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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