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택조합원 모집은 쳐다보지도 말자
지주택 아파트 분양 후기
결혼한 지 3년 후, 임신을 하니 아이 학교와 가까운 곳에 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파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신축 아파트로 가고 싶었고, 입지가 좋으면서도 시세보다 조금 저렴하면 더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그 욕심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지 생각하지 못했다.
1. 토지 확보가 이루어졌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리 지역에서 가장 입지가 좋은 곳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홍보를 보게 되었다. 초중고가 몰려있는 소위 말하는 학군이 좋은 곳이었기에 구미가 당겼다. 하지만 지역 주택조합 아파트라는 말에 그게 뭔가 하고 검색도 해 보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조합아파트의 위험성을 듣기는 했지만 땅을 확보한 지주택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더 크게 들렸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듣기는 했지만 왜 그땐 그 얘기는 잘 들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괜찮다고 합리화를 하며 듣고 싶은 것만 들었던 것 같다.
땅이 확보된 상태라 괜찮다는 대행사 직원의 말에 계약금을 입금했다. 같이 갔던 지인도 계약서를 작성하고 곧 적금을 해약해서 계약금을 넣겠다고 했다. 집에 와서 남편과 상의를 했고, 일주일 내에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민하긴 했지만 밀고 나갔다.
얼마 후, 나와 같이 갔던 지인은 가족의 반대로 계약을 취소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얘기를 들으니 불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그렇다고 한 번 발을 들였기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몇 번에 걸쳐 분담금을 치렀지만,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 무렵, TV에서 지주택 관련 고발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지주택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되었고, 시장에서 물건 사는 것처럼 집을 사면서 쉽게 결정한 자신을 원망했다.
2. 대행사를 믿지 말자
3년 동안 아파트는 지어지지도 않고, 이런저런 소문이 돌았다. 우리 아파트보다 늦게 들어온 아파트는 다 지어져 입주까지 시작되었기에 망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시공사는 포기하고 대행사는 날랐다. 대행사가 운영비를 흥청망청 다 쓰고 나갔다는 것이다. 미리 계획하고 들어온 대행사를 어리숙한 조합원들은 믿고 감사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 집에 9천만 원의 추분이 더 생겼고, 시공사도 다시 정해야 했다. 그때 생각하면 뒷골이 당긴다. 이미 1억 넘게 낸 상황에서 포기할 것인지 추분 9천을 더 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인지를 정해야 했다. 시세보다 2천 싸게 사려다 9천만 원을 더 지불하게 생긴 것이다.
3. 조합원 탈퇴를 하고 싶어도 탈퇴할 수 없다
그래도 우리가 지불한 땅이 있으니 그만큼은 우리 지분이니 팔아서 나누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물었지만, 땅을 팔면, 남는 것이 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큰 덩어리의 땅을 사는 개인은 없을 것이고 경매로 넘어가서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후에야 건설사에서 주워가다시피 싸게 사서 아파트를 지어 이득을 볼 것이라며 추가 분담금을 더 내더라도 짓는데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조합장은 자신도 신경을 못썼다며 머리를 숙였고, 그제야 조합에는 몇 명의 임원을 뽑아 감사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추분을 더 낸다고 해서 아파트가 잘 지어진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고민도 많았지만 그제야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고 관심을 갖었다. 조합원을 탈퇴하고 싶다고 해서 탈퇴할 수 도 없다고 하니 대부분의 조합원은 울면서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4. 아파트 미분양이 생겨도 조합원들의 몫
일반분양 전까지 불안하기만 했다. 조합아파트는 미분양 나면 그것도 조합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 부분까지는 정말 몰랐던 부분이다. 조합아파트는 앞으로 쳐다도 보지 않겠다고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미분양이 속출하는 시골에서 과연 완판을 할 수 있을까? 추가 분납금이 더 생길까 잠이 안 왔다. 다행히 원래 지어지기로 했던 아파트보다 좋은 이미지의 브랜드 아파트가 지어지게 되면서 일반분양에서 완판 하면서 걱정을 덜게 되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일반분양받은 사람들보다 4~5천만 원 더 손해를 보고 들어가는 것이라 마음이 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지어지는 것에 의미를 두자며 마음을 다독였다.
5. 완공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드디어 올해 아파트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이 임신했을 때 계약했는데, 지금 아이가 5살이다. 2022년 입주 예정이다.
계약한 지 6년 후에 입주하게 생겼다. 예정대로라면 입주하고도 남을 시기이지만 건물이 올라가는 게 어디인가. 짓지도 못하고 무너지는 조합아파트들의 사례도 있었기에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면서도 어리석은 선택을 했던 과거를 후회했다.
6. 아파트 완공 후 집에 들어갈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
아파트는 이제서 올라가고 있고, 브랜드 아파트에 입지 좋은 곳이기에 관심 갖는 사람도 많고 집값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그래 봤자 지방이라 얼마나 오르랴마는 우리가 산 비용 정도까지는 올랐다.
평생 살집이기에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속 끓임을 위안받는 느낌이다. 하지만 조합원인 이상 아직 입주할 때까지 안심하긴 이르다. 일반분양받은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