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_ 노후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해야만 할까?
+ 30대 노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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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를 위해 지갑을 닫기보단 지금 당장 달콤한 커피 한잔에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아직 내가 닿지 않은 미래의 나 말고 손발에 움직임이 느껴지는 오늘, 내가 살아있는 지금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 행복을 누릴 때마다 마음에 까슬함 하나 없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새 아이패드를 사러 가거나, 백화점에서 립스틱을 고를 때 10년 후의 내가 지금에 나를 한심하다며 원망하지 않을까 익숙한 그림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10년 전에 나를 나무라듯이 말이다.
그런데 또 금방 이깟 몇 푼 아낀다고 미래가 얼마나 나아지겠냐고, 이거 아끼느라 지금 못 마신 커피 10년 후에도 돈 없어서 못 마실 건 매한가지 아니겠냐며 또 선택에 기로에 서서 갈등한다. 영 쉽지가 않은 것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즐거이 지내지 못하는 건.
노후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해야 할까?
그 답은 NO다.
다행히 오늘 행복을 누리고 미래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간단하다. 지금의 행복을 조금 누리면서 ~ 노후 준비도 조금 하면 된다. 아래 2가지 중 한 가지 방법을 이용해서 말이다.
① 둘 중 하나를 완전히 포기하기보다는 둘 다 조금씩 누린다.
② 한 번은 현재를 한 번은 미래를 위한 선택 한다.
쉽게 예를 들면, ①번은 6,000원짜리 커피 대신 3,000원짜리 커피를 사 마시는 거고, ②번은 일주일에 6일 하던 외식을 3번으로 줄이고 남은 돈은 연금에 투자하는 거다.
부모님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면서 노후 준비는 젊어서부터 올인하는 게 아니라, 나이대별로 적당한 비율을 두어 차근차근 준비하는 거라는 걸 알았다. 오늘의 행복? 충분히 중요하니까. 미래에 바라는 풍요로움이 클수록 지금 허리띠를 꽉 졸라매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현재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그럭저럭 안전한 대비책을 마련하면 된다.
주말마다 호캉스를 즐기는 부부나 월급을 훌쩍 넘는 최신 전자제품이나 명품을 두른 젊은이를 보면 가끔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그까짓 여행 한 번 덜 가고 당장 비싼 가방 안 산다고 노후가 달라질 거 같지가 않다며 ‘지금 이거 아껴서 뭐해. 그렇다고 늙어서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투덜거리던 내 모습이.
부모님 삶을 통해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뭐라도 조그맣게 하는 것에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둘에 인생이 얼마나 다른 색깔을 띠는지도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후에 호캉스는커녕 한 달에 1번 치킨도 먹지 못하고 나라에서 주는 조그마한 지원금에 맞춰 내 생활을 모두 맞추며 살아가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삶은 현재 우리가 행복하다 말하는 모습, 장면, 행위들과는 퍽 멀다.
나는 하루를 굶게 될까를 고민하는 일에서 벗어나 일주일에 1번은 치킨을 시켜 먹을까를 고민하며 살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일주일에 스타벅스 커피 2잔이라도 줄이는 것에 차이는 하늘과 땅까지는 아니더라도 절벽 아래와 절벽 위 정도의 차이는 된다.
해서 우리 집은 일주일에 3번 먹을 치킨을 0이 아닌 1번으로 줄이고 그렇게 아낀 돈을 노후 준비 자금으로 모으는 중이다. 덕분에 갈수록 아버지의 실직 후에도 생활비 걱정을 하는 일이 줄고 있다.
나의 지금 그리고 노후 모두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노후 준비는 젊었을 때 소비의 행복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행복을 지키면서 어느 정도는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그런 적정선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