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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Nov 23. 2022

145_ 노후 준비 그만 쓰고 싶을 때마다

+ 30대 노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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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다들 잘 살 텐데 굳이 이렇게 글을 써야 하나…?’


가끔은 나이가 들수록 위태로워지니까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수 백자로 나열하면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들 어떻게든 알아서 잘할 텐데, 굳이, 구태여 이렇게 “조심해요!!” 소리칠 필요가 있을까. 다 끝나고 돌아봤을 때 글을 쓰느라 들인 노력과 시간이 헛된 것이었으면 어쩌나 했다. 그래서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나 싶어 컴퓨터를 켜지 않은 날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새벽에 한숨을 지독하게 내쉬는 아버지와 끝이 보이지 않는 생계 걱정에 생기를 읽고 늙어가는 어머니, 곧 환갑인데 돈 한 푼이 아쉬워 옷 한 벌을 사 입지 못 하고 고된 일에 매달리는 이웃집 아주머니와 아저씨… 성실했던 어른들이 초라한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그래서 이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구나, 아차 싶어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노후의 삶을 제3자의 시선으로 판단하지 않고 심히 공감할 수 있었던 건 모야모야병을 앓으 건강을 잃은 덕(?)이었다. 나를 찾는 곳이 적어지고, 일할 곳이 없어지고 나서야 50대 어른들이 가난의 길로 들어서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 뒤에는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부지런히 어른들을 쫓아 가난의 불길로 따라가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그제야 나 또한 건강했을 때 그 길을 걷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불이야! 불!!! 빨리 도망가!!!”


자고로 인간이라면 불이 활활 타는 빌딩에서 도망치는 동시에 소리쳐야 하는 법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죽지 않기를 바라며. 소리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 서서히 다가오는 불길에 타버릴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불이야!” 소리치는 대신 계속해서 글을 썼다. 위험하다고, 가난이 들이닥치고 있다고, 빨리 정신 차리고 대비하라고.


7년 사이 투자나 재테크는 흐름이 크게 바뀌었으나 노후 준비에 관한 관심은 변함이 없다. 이미 고령사회인 한국은 2025년부터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기본적인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이 50%가 넘는다. 7년 전부터 심각했던 노후 빈곤 문제는 나아지기는커녕 더 늘어나기만 했다. 그런데도 주식,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책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반면, 절실한 노후 관련 책은 아직도 찔끔찔끔이다.


대부분 돈 관리에 관련된 책을 보면 노후 준비보다 당장 소비나 월급 관리에 내용이 집중되어있다. 당연한 거다. 지금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것들부터 해결하는 게 먼저니까. 현재 삶부터 잘 살아야 하니까.


근데 문제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돈 관리가 어느 정도 되었을 때, 다음 단계인 노후 준비로 넘어가지를 않는다. 1년 후에 가난해질 것을 고민하라고 하면 진지해지지만 10~30년 후의 가난에 대해서는 “에이, 몰라! 될 대로 되라지 뭐!”하는 식이다. 노후 준비를 하면 그 결과가 20~30년 후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바로 1년 뒤에 내 자산이 쌓이면서 득을 보는 건데 당장에 생활, 지금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에 돈을 모으고 쓰기 바쁘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분하게도 노후 가난은 한량만 겪는 게 아니다.

미리 준비해놓지 않으면 중간에 사기나 사고를 당하지 않고 평범하게 산 사람도 위태로워진다. 소박해서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거 같은 삶과 행복은 실제로 돈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이루기 어려운 게 지금 세상이다.


그걸 증명하듯 주변에서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는 사람들을 더 자주, 더 많이 본다. 마치 눈앞에서 무너지는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을 보는 거 같다. 내 일이 아니라고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 끔찍하고 비극적이다. 많이 슬픈 일이다.


성실히 산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모습을 덜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끝까지 썼다.

평범한 삶이 젊어서 성실히 돈만 버는 것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과 거기에 대한 준비가 따로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대해서. 2번쯤 사람들이 본인의 현실을 이성적으로 살펴보기만 해도 좋겠다. 현실이 어떤지 많은 사람이 알고 작은 무언가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그래서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남을 해치지 않으며 사는 사람들이 많이 풍요롭지는 않아도 당연히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흔하게 보며 살고 싶다.  


그 바람 덕분에 글을 포기하지 않고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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