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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소개팅

① 그럴듯하게 포장된 일상

by 구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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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나야, 소개팅해라.

- 갑자기??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자빠져 누워 있는데 두애나에게 연락이 온다. 두애나와 나, 왕우아는 고등학교 때 3년 내내 붙어 다녔던 절친이다.


- 오빠 아는 동생인데, 한 번 만나봐.

- 오홍~ 또 내 사진 보여줬구만? ㅋㅋ

- 아니. 그쪽에서 자꾸 소개팅 타령해서 너 얘기했어. 할 거지?


여기서 오빠란, 두애나 남편이다.


- 일단 정보를 보내시오.

- 그냥 만나봐. 조건 괜찮아.

- 어헛, 어림없는 소리! 정보를 보내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


잠시 뒤, 작은 메시지 창에 적힌 그에 인적 사항이 도착하고 나는 원룸 계약서보다 더 신중히 정독했다.


“4년제 졸업에 중소기업 직원, 얼굴은 훈남, 키는 179cm 오, 좋아 좋아. 거기다 성격도 괜찮고~”


키는 마음에 든다. 얼굴은 두애나 기준에 훈남이면 넘어가도 될 듯싶다. 그리고 학교랑 회사는 나도 내세울 거 없으니 넘어간다. 그런데...


“엥? 왜 나이가 없어??”


손가락으로 밀어볼 필요도 없는 짧은 메시지에 보여야 할 숫자가 보이지 않는다. 싸하다.


- 애나야, 나이는?


겨우 여섯 글자 보냈는데 즉각 오던 답이 10초 늦어진다. 싸하다.


- 6살 연상인데.

- 6살???

- ㅇㅇ. 근데 완전 동안이야.

- 그럼 마흔이네...

- ㅇㅇ. 야, 그거 많은 거 아니야. 네 나이는 생각 안 해?


이번엔 나의 대답이 늦어진다.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가만, 오빠(두애나 남편)가 아는 동생이면~ 오빠가 올해 몇이더라?”


두애나는 26살에 그를 만났다. 당시 그의 나이 34살이었다.


“헉, 그럼 오빠가 벌써 42살이야?!;”


그를 처음 봤을 때 나이 차이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심하게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도 아니었고 34살이면 창창할 때기도 했고. 지금 생각하면 34살도 애다. 그것도 아직 어린애.


하지만 40대는 다르다. 그들은 완전한 아저씨, 아줌마다. 힝, 나는 아직 어린애인데...


- 네 번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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