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그럴듯하게 포장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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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1월에 차디찬 저녁 바람이 귓가를 스치며 속삭인다. 오늘 저녁은 국수라고.
“크~ 얼큰하게 한 사발 취해야겠구만!”
나는 하늘에 계시라도 받은 듯 근처 아웃렛에 있는 조그마한 식당으로 향한다. 한창 저녁 식사 시간인데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덕분에 편히 1인 식탁에 앉아 국수 한 사발을 비워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얼큰한 국물이 아주 마음에 든다.
“오, 타미힐피거 세일하네. 잠깐만 보고 갈까나~ 소화도 시킬겸.”
나가는 길, 쭈루룩 진열된 점퍼 앞에 멈춰 선다. 옷걸이마다 붙어있는 30~70% 할인 문구. 손은 느긋하게 눈은 빠르게 움직여 다른 옷들을 훑는다. 근데 원하는 한 가지가 없다. 저번에 의류 쇼핑몰에서 봤던 티셔츠가 여기 없을 리가 없는데...
“매장에 가시면 더 다양한 제품 보실 수 있으세요~~”
때마침 직원이 기계처럼 외친 한마디에 구경 중이던 세 사람이 에스컬레이터로 향한다. 2층 여성복매장, 벌써 봄옷으로 화사하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이것도 괜찮네, 저것도 괜찮네 하다 보면 30초도 안 걸릴 거리를 10분 넘게 걸려서 매장에 도착한다.
“오, 이거 내 거다. 완전 나 입으라고 만들었네, 나 춥지 말라고.”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고 침착하게 하나하나 살펴보는 류나. 그 모습에서 깊은 짬이 느껴진다. 많은 옷 중 카키색에 엉덩이까지 딱 가려주는 얇은 점퍼를 걸친다. 거울 앞에서 몸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널널한 품과 달리 슬림해 보이는 라인.
바람막이처럼 얇은 재질로 환절기에 입기 딱이다. 브랜드에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로고가 적당한 자리에 적당한 크기로 붙어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어울리는 걸 입어서일까.
얼굴이 예뻐 보인다.
얼굴이 예뻐 보이니까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아지니까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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