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은 교육부에서,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에서 각각 관리한다. 대부분 절차와 운영에 관한 차이이다.
5,6,7세인 경우 활동 내용에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실은 나도 잘 모른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세심한 보육과 초등학교와 연결되는 누리과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원장님에게 들은 적이 있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24명의 많은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격무가 있다면, 어린이집 선생님은 보육과 교육을 같이 챙겨야 하는 격무에 시달린다.
둘 다 힘들어 보인다.
내가 보기엔 밥 안 먹는 애들 밥 먹게 하는 게 젤로 힘들다.
밥 잘 안 먹는 아이을지켜 보는 건 고구마 백개를 삼킨 기분이다. 내가 잘 안다.
내 관찰에 의하면 밥 안 먹는 아이들에도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편식형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이 없을 때만 꼴찌가 되는 아이들인데 대부분 남자아이들이다. 녀석들은 싫어하는 음식이 나온 날엔 내 인사도 안 받아준다. 두 번째는 느린보형이다. 먹긴 다 먹는데 얘기할 거 다하고 다른 친구들 참견도 하면서 먹는 아이들로 밥 안 먹는 여자아이들이 주로 속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멍 때리기 형이다. 가장 막강한 유형이다. 밥 한 숟갈 물고 멍 때리고 한 숟갈 물고 멍 때리다가 결국엔 남기는 아이들이다.
내 아이는 느린보형과 멍 때리기형의 혼합이었다.
나는 30대 초반까지는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을 했다. 요리에 관심은 1도 없었고, 내 입도 잘 챙기지 못했다. 이런 나를 요리하는 사람으로 변신시킨 건 눈치챘겠지만 내 딸이다. 그 애 밥해먹이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셈이다.
나의 어린시절을 본 가족들은 요즘도 내가 요리하는 걸 신기하게 바라본다. 내 딸은 자기가 어릴 적 밥을 잘 안 먹어서 얼마나 내 속을 태웠는지 반성하기는커녕 지금의 엄마를 만든 장본인임을 자랑스러워한다.
맞다 인정한다.
그러고 보면 내가 만든 음식은 태생적으로 아이를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공립 어린이집인 경우 관할 급식지원센터에서 나오는 식단대로 아이들에게 제공해야만 한다.
식단에 나와 있는 음식 외에는 원칙적으로 어떤 것도 제공해서는 안된다. 식단에는 재료와 조리법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나와 있다. 돈육채소볶음, 쇠고기 데리야끼조림, 근대된장국, 닭살바비큐볶음밥, 다진쇠고기주먹밥 이런 식이다. 이름에 나온 정보는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아주 다른 음식이 되진 않는다.
음식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 정도로 대부분 식단이 구성되어 있다. 거기에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감수성까지 더해진다.
한마디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있게'하기가 가정에서보다 어렵단 얘기다.
그럼에도 저 세 가지 유형의 밥 안 먹는 아이들을 구제하는 일이 왠지 모르게 나의 사명감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은 국없는 날의 식단을 좋아한다-치킨마요덮밥과 차슈덮밥
어떻게 하면 편식형 민교, 느린보형 채원이, 멍때리기형 소은이와 서경이 얘네들을 '천국의 맛'의 길로 인도할 수 있을까? 나름 '천국'에 대한 고민이 깊다.
나의 전략은 시각과 식감에있다.
일단 "와~"소리가 나오게 만들어 "맛있겠다"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러면 반은 넘어온 걸로 봐도 된다.
이때 선생님들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로 거들어주면 효과는 훨씬 크다.
그런 다음 쫄깃하고, 바싹바싹하고, 때론 부드러운 식감의 무엇이 입안으로 들러가면 아이들은 "맛있어"라고 느낄 것이다.
파스타는 파스타답게, 메밀국수는 메밀국수답게 먹이고 싶었다
아이들은 부먹파 찍먹파 그리고 노먹파가 있다
단체급식을 그것도 어린이집 급식을 아이들이 메뉴답게 먹을 수 없을까? 여기엔 나의 창의력이 좀 필요했다. 한편으론 무지의 결과이기도 했다.
다른 어린이집 조리사들이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나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많은 양의 볶음밥은 실은 재료를 각각 볶아 비빈다는 정보를 최근 입수하여 요즘은 나도 그렇게 비빈 다음 한 번 더 볶아 낸다.
국수, 우동은 개별 국그릇에 고명을 얹어 나갔다. 국물만 각반에서 담아 배식하도록 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덮밥, 비빔밥은 각 반 바트에 모양을 냈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먼저 보여준 다음 섞어서 배식해 줄 것을 샘들께 부탁했다.
비빔밥 같은 경우 7세에게는 비빌 수 있는 큰 양푼을 주고 아이들이 같이 비벼서 먹는데 참여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