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방목 인간 복지 세상을 꿈꾸는 젖소의 꿈
하고 싶은게 뭔지 항상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이것저것 해오던 20대와 달리 30대가 넉넉히 지난 요즘의 나는 나의 질문과 의지와 관심과 취향과는 상관 없는 매일 해야 하는 일을 하나씩 헤치울 뿐인 재미없는 회사원이 되어 매우 무미건조한 매일을 보내고 있다. 만나는 사람도 매우 한정적이고 매일 동태눈으로 모니터만 덩그러니 노려보면서 하루종일 손가락만 까딱거리는 일상을 산지 1년 반. 회사에서 파는 요거트는 자유방목 동물복지 농장에서 만든 우유로 만드는데 젖소들이 우리에 갖혀있지 않고 드넓은 초원에서 평화로이 풀을 뜯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어서 맛있는 거라고 하면서 판다. 사람도 똑같이 9 to 6에 야근하면 삶에 찌들지 않냐면서 갖혀있는 공간에 있으면 마인드도 갖히게 되듯이 환경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런걸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런 우유로 만든 제품을 팔고 있는 나는 전혀 그러고 있지 못함이 아이러니였다. 소들은 매일 아침 푸른 목장으로 출근하는데 나는 매일 아침 축사로 출근을 하는구나.
어제 요거트를 팔다가 저녁에 공연을 보러 갔는데 잠시 나의 꿈이었던 반짝였던 모습을 만났다. 꿈많고 열정적이던 20대 한때의 꿈이었던 장면 속에서 놀았다. 지우고 덮어놔서 잊혀진 내모습. 자유롭게 목장에서 뛰놀던 나의 모습. 요구르트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대표님과 쇼호스트의 말에 씁쓸함을 느끼다 공연장에서 자유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곤 다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과 많이 달라지고 멀리 돌아가느라 저곳이 내가 가려던 곳인가, 싶기도 하지만 다행히 목적지는 아직 잊혀지지 않았고 여전히 가보려고 아등바등한다.
행복의 근원은 감사함인데. 지겹고 지쳐도 매일 출근해서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면 그만일 것을. 자꾸 더 욕심을 내서 괴롭다는 것, 나도 안다. 지금 이런 고민이 배부른 고민이라는 것도. 하지만 배고파서 먹을 것을 고민하던 윗세대와 달리, 우리 세대는 다이어트와 전쟁하는 세대이지 않는가. 배가 너무 불러 더 좋은 삶과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한다. 그래도 늘 감사하고 내려놓기 위해 명상을 배운다.
드넓고 푸른 목장에서 자유롭게 지내는 젖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안전한 울타리가 있고 매일 밥을 주고 관리하는 목장 주인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넓고 푸른 목장은 복지 좋은 대기업이겠지만 나는 그곳에 가진 못했다. 그래서 야생에서 떠돌다 굶지 않기 위해 자유를 반납하고 조그만 축사에 들어갔다. 처음부터 작은 축사에서 살아온 젖소라면 그곳이 전부인줄 알고 잘 적응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자유롭게 야생에서 떠돌던 젖소였기에 더욱 갑갑함을 느낀다. 하루 빨리 축사에서 탈출하기를 꿈꾸며, 축사를 벗어나도 안전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고, 나만의 푸른 초원을 가꾸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