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 여우씨의 일일 - 18
어둠에 적응하기 전 종주근이 몸을 사릴 시간을 주지 않고 곧장 바닥에 엎드려 있는 토미의 미간을 검지로 긁어준다. 코에 시동이 걸리면서 규칙적인 떨림이 온기와 함께 손끝으로 전해진다. 손바닥으로 머리를 감싸 전두골의 형태를 느끼며 엄지와 검지 사이에 오른쪽 귀를 끼우고 위아래로 천천히 문지르며 점차 커지는 가르릉 소리를 만진다. 기버터에 베이비 파우더를 엎지른 듯한 냄새가 나는 토미. 귀찮았는지 일어나서 몇 걸음 왼쪽으로 가더니 다시 하늘을 보고 누워 입맛을 다시며 피식, 하고 한숨을 쉰다. 나는 토미가 누워 있던 자리에 손바닥을 대고 뾰족하고 차가운 귀를 떠올리며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삼각형을 만들어 본다. 이 사이의 근육이 갑자기 수축되어 보인다면 ulnar nerve compression에 의한 interosseous muscle의 기능 소실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는 해부학 교재의 임상 사례가 떠올랐고, 해부학 용어 중 가장 귀여운 단어는 1번 목뼈인 atlas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둥근 우라노스를 떠받든 아틀라스의 형벌은 신화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시대의 산물에 작은 뼛조각으로 남았다. 고개를 너무 숙이고 있었나, 목을 조금 꺾었더니 형벌이 끊이지 않는 지구가 추락하는 소리가 난다. 태양의 위성이기를 거부한 저돌적인 지구, 피부에 기생하면서 끊임없이 흉을 만드는 모낭충을 견디지 못해 여기저기 여드름을 짜내기 시작한 지구의 냄새. 능력주의의 번아웃은 파토스의 과잉. 약물 포르노 시대의 해결책은 환각-마취-수면의 순환 테크놀로지. 체념하는 방법을 늦게 배운 나머지 수많은 지성의 산물들이 아파테이아를 막는다. 영구 동토층에 잠들어 있는 기억들은 우리의 기억도 뒤틀 수 있을까, 방사능 물질의 뉴클레오타이드 구조 파괴는 혼곤하게 잠에 빠지기 직전의 상태로 인간을 인도할 수 있을까. hypostasis. 위격도 함께 어딘가에 묻혀 있다. 울화통이 치미는 정체기는 요란한 빈 수레이다. 최선을 다해 쓰레기만 만들어 낸다. 비명같은 우-소리. 몰리가 덜그럭거리는 넥카라를 차고 느릿느릿 걸어와 무릎에 목을 기댄다. 몰리의 미간에서는 마카다미아 쿠키의 냄새가 난다. 단단하게 굳은 피지를 따뜻하게 불리는 클렌징오일 두 방울이 입에 닿는다. 입을 닫친다.
이 글 어딘가..
말테 호센펠더(2011). 『헬레니즘 철학사』